[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당정청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 10여일을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의 '6개월 계도기간' 건의를 수용한 것은 제도 도입에 앞서 고용노동부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다음 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시행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시행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300인 이상 대기업들은 비교적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준비를 잘 갖추고 있음에도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장밋빛 전망만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 18일 사업주들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150개 기업에서 8000여명을 채용했으며 600여개 기업에서 1만9000명이 넘는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수는 교대제 개편, 유연근무제 도입, 인력 충원 등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주 52시간 시행이 가까워질수록 현장의 혼란과 업계의 볼멘소리는 계속됐다. 최근 금융권 노사의 산별교섭이 결렬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게 됐고, 경북지역은 버스 노사 임금협상이 결렬돼 파업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15일 10대 대기업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투자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현장 여건을 반영한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성인 절반 "어버이날 '빨간날'로 해 주세요"…60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