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규제의 역설-下]실패한 골목상권 보호…"도매상 경쟁력부터 키우자"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전문가들 "소상공인-대형마트 운명공동체"
골목상권 경쟁력 지원…도매상 키워야
유통기업, 전통시장 상생 가능…윈윈정책 절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 규제는 대부분 실패했다. 1996년 국내 유통 시장 개방 이후 한국의 유통기업들은 거친 경쟁을 뚫고 외국계 대형마트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정부의 보호를 받아온 소상공인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이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등 영업 및 출점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의 성장은 뒷걸음질쳤다. 이런 틈새를 노려 업태를 바꾼 외국계 기업들은 주요 상권을 장악하며 소상공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 규제가 내수 시장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매장을 규제한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는 객관적으로 드러났다"면서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방법은 경쟁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일변도의 유통 정책이 글로벌 트랜드에 역행하고 대규모 유통매장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농어민, 입점 소상공인의 연쇄 피해까지 야기했다는 것. 임 교수는 "20년 넘게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소상인은 자구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협동조합의 기능을 강화해 공동 물류를 구축하고 조직화ㆍ규모화하는 작업에 나서지 않으면서 도태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마트에 대항할 수 있는 도매상부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조직화를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들어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획일적인 규제 대신 오프라인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기회 매출이 오히려 사라진다"면서 "대형마트가 출점해야 전통시장 매출도 오르는 운명공동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전문점은 전통시장에 입점해 톡톡히 분수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2016년 전통시장인 당진어시장 2층에 들어섰다. 이후 2015년 2153대에 그쳤던 시장 공영 주차장 월평균 이용객수는 지난해 5019대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규제의 역설-下]실패한 골목상권 보호…"도매상 경쟁력부터 키우자" 원본보기 아이콘
안성맞춤시장과 구미선산봉황 시장도 마찬가지. 안성맞춤시장의 경우 화인마트 일평균 방문객이 노브랜드 개점전 550명수준에서 700명 수준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구미선산봉황시장 역시 24년간 공실로 방치돼 있던 자리가 청년상인들이 들어오면서 권리금까지 생겼다는 후문이다.

골목상권에서도 노브랜드 전문점의 분수 효과는 여실히 증명됐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오픈한 노브랜드 전문점과 250m 이내로 이웃한 이마트24 10개 점포 1분기 일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최고 70%까지 늘어나는 평균 1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0m 이내 인접한 4개점 중 3곳의 일 평균 매출은 각각 4.9%, 19.8%, 70.4% 증가했다. 상권내 유동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브랜드 전문점의 경우 도보 이용 고객이 70 ~ 80%를 차지, 유동 인구 증가로 인한 상권 활성화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저성장과 인구 감소 등으로 내수 경제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만큼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유통 기업이 소상공인들과 상생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음료회사 코카콜라가 '5 by 20' 캠페인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여성 기업인 500만명을 육성하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도 여성 중소상인이나 미혼모 등 특정 계층의 창업을 돕는 식으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