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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노믹스의 주역들]"北은 삼성·현대의 새 뒷마당"…재계는 지금 경협 정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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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엔 경제단체 대표·총수 포함됐지만 3차선 재계 역할 아직 미미
블룸버그 "삼성 등 한국기업 北으로 기꺼이 투자처 이동" 전망
발빠르게 경협 TF 꾸린 현대·KT, 재계 빅4도 계열사별 투자 움직임
신뢰형성·개방확대·실질투자 3단계 과정 거치며 산업 확대될듯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경협의 막이 마침내 올랐다. 북한 내 부족한 인프라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우리 기업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남북 경협 사업에 경험이 풍부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GS 회장 등이 가장 먼저 대북 사업에 의지를 드러내며 나섰다. 두 사람은 각각 관광, 에너지 등 초기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 등 유통업계도 북한을 새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인프라, 유통업계의 경협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추후 단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IT, 전자 등 기술 집약 산업을 토대로 경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각각 북한 평양에서 열린 1ㆍ2차 남북정상회담에는 경제단체 대표와 재벌 그룹 총수 등 경제계 유력 인사들이 방북단에 포함됐었다. 1차 회담에서는 한국무역협회 김재철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손병두 부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원호 부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 3명이 방북해 북측과 대북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2차 회담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의 회담 장소가 판문점이었고 남북 공식 수행원도 정치ㆍ국방ㆍ정보 분야 등에 한정돼 경제계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는 등 아직 재계의 역할이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는 등 재계가 경협에 나서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경협이 급물살을 탈 경우 그 범위가 예상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삼성의 새로운 뒷마당(new backyard)으로 만들 수 있다"며 "북한이 '모든 가능성의 경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북한이 베트남의 개혁ㆍ개방 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처를 북한으로 기꺼이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 선임 연구위원은 "경제 제재가 완화되면 현재 북한이 추진 중인 국가경제개발 10개년 계획 및 경제개발구를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협력 및 개발지원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거리적 인접성, 언어ㆍ문화적 및 민족적 동질성으로 인해 향후 두 나라가 유럽연합(EU)와 같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되거나 경제공동체 등으로 이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 교역을 통한 물적 교류의 확대 외에도 개성과 파주ㆍ문산 지역을 연결하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해 상당한 정도의 인적 교류가 이뤄지게 될 경우 향후 실질적인 단일 경제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허창수 GS 회장은 지난달 열린 GS 밸류 크레이에션 포럼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GS가 가진 사업 역량과 노하우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달 남북 경협을 대비하는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했으며 롯데그룹 역시 대북사업을 추진할 공식 TF를 꾸리고 본격적인 대북사업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농심은 부산과 평택 공장을 통해 생산하는 신라면을 북한에 수출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KT도 남북 경제 협력과 ICT 교류를 위해 남북협력사업개발TF를 꾸렸으며 KT의 위성전문 자회사 KT SAT은 북한 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위성통신ㆍ방송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SK, LG그룹에서는 경협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별 특성에 따라 계열사별로 점진적으로 북한에 대한 투자나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경협에 대해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나 현대건설, 현대로템의 경우 대표적인 경협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대기업들의 경협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남북 경협이 3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관련 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1단계는 '경제기반 구축, 신뢰 형성 기간'이다. 이 단계에서는 인프라 투자가 가장 핵심이며 이와 동시에 생필품, 식량, 의약품 등의 인도적 지원이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초기에는 선별적 지역과 산업에 대해서만 개방을 할 공산이 크다. 이 단계에서는 건설, 건자재, 에너지, 발전, 운송, 통신, 기계, 철강ㆍ원자재, 소비재, 제약 등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2단계는 '불신 해소, 개방 확대 기간'으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투자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 지역과 산업도 확대될 수 있다. 2단계에서는 1단계의 유망 산업 외에 자원개발, 관광, 물류 산업 등으로 수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3단계는 '실질적 투자, 협력 본격화 기간'이다. 과거 동구 유럽과 같이 북한이 수출산업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IT와 자동차의 조립공장 설립이 가능하고 이를 지원할 물류센터의 설립도 필요하다. 첨단 산업인 IT, 바이오 연구단지가 조성되고 금융시장 개방도 가능한 단계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 비해 남북 경협의 투자 위험은 하락했고 기회 요인은 증가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김정은 정권 이후 시장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경제적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다. 한국은 인구노령화에 따른 저성장 구조 고착,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의 필요성이 증대됐다. 북한은 5대 경제특구와 19대 경제개발구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공간에서 남북 경협이 보다 발전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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