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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7초도 안된 공방, 세계 축구는 급속도로 빨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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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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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러시아와 이집트가 러시아월드컵 A조리그 두 번째 경기를 했다. 결과는 러시아의 3-1 승리.
경기를 현장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러시아가 조별리그 2연승을 거둔 결과는 내게 그렇게 중요치 않았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경기의 속도였다. 전반 20분경이었던 것 같다. 이집트 미드필더 모하메드 엘네니를 중심으로 이집트 선수 세 명이 삼각형으로 섰다. 러시아 선수들이 압박하는데 서로 공을 빠르게 주고 받았다. 그 속도가 마치 탁구, 핀볼처럼 딱딱 이어졌다. 공의 속도가 빠르면 공간과 기회가 만들어진다. 엘네니에게 공이 돌아오자 무인지경이 됐다. 패스하기 편해졌다. 상대 패널티박스 안으로 공을 띄웠고 좋은 헤딩 슈팅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도 공격이 빨랐다. 공을 잡으면 한보 후퇴했다가 세보 전진했다. 뒤로 한번 공을 돌렸다가 좌우로 넓게 패스한 후, 빠르게 이집트의 빈공간을 공략했다. 양 팀이 서로 속공을 주고 받는 시간이 대략 잡아도 7초가 안 돼 보였다. 각 팀이 3~4초 안에 공격을 마무리지었다는 의미다. 그렇게 세계 축구는 빨라져 있었다. 러시아-이집트 간 경기가 이정도인데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이 하는 경기는 한 차원이 더 높을 것이라 생각하니 소름 돋았다.

러시아-이집트 경기 시작 전 국가연주 [사진=김형민 기자]

러시아-이집트 경기 시작 전 국가연주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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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이집트 경기. 압박하고 풀기 위해 패스하는 속도가 상당했다 [사진=김형민 기자]

러시아-이집트 경기. 압박하고 풀기 위해 패스하는 속도가 상당했다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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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 전 평가전과 월드컵 F조리그 스웨덴과의 첫 경기 후에 "열심히 뛰었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팬들은 열심히 뛰는 모습이 안 보였다고 면박을 줬다. 하지만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을 것이다. 사실일 테다. 러시아-이집트 간 경기를 보고 알게 됐다. 다만 상대의 축구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해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못했을 뿐이다.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우면 체력 문제는 당연히 발생한다. 나보다 빠른 선수와 대적하는데 체력은 보통 때보다 더 많이 소진된다. 우리 대표팀이 최근 경기들에서 후반 중반 이후에 발이 느려지고 실점하는 배경에도 역시 속도차가 있다.

올해 가끔 인터넷으로 중국 프로축구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 클럽 간의 경기를 볼 기회가 꽤 있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축구가 왜 저렇게 느리게 돌아가나"였다. 중국리그나 일본리그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유럽은 항상 몇 걸음을 더 앞서간다. 지금도 그런데 우리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유럽의 축구는 5배속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 대표 선수들 대다수는 최근 1~2년 사이 빨라봐야 2배속 정도의 중국, 일본에서 많이 활약했다. 그 영향을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중국, 일본, 우리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서로 호흡을 맞춘다고 맞추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엇박자가 난다. 역시 속도에서 그랬다. 지난 18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도 손흥민이 전반 중반 단독 드리블 돌파를 할 때 다른 동료들이 그를 따라가주지 못했다. 혼자서 공격해야 했다. 손흥민과 동료들 간의 속도차가 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축구의 속도차. 결국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해야 우리 축구가 세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 유럽보다 중국, 일본을 택했던 우리 선수들의 흐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자 현실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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