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빈 명문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영국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아 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한국의 전통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리가 너무 마음을 울리네요.”
한국 전통 음악인 창극이 유럽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영국 출신의 메리 엘리스(59)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오스트리아 빈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보고 난 뒤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그는 “현재 클래식 음악 관련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어요. 평소 그리스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원작(기원전 415)과 관련된 모든 창작물을 빠짐 없이 보곤 합니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한국에서 이 원작을 각색해 오페라식으로 만든다고 해서 고민도 하지 않고 달려왔네요”라며 웃었다. ‘소리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판소리’라고 알려줬다.
옹켕센(55) 연출은 관객 반응에 대해 “공연을 할수록 깊이가 생기는 걸 느껴요. 저도 동양인이라 각자 다른 방법으로 고통받거나, 본인이 가치있는 걸 놓치 않으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면서 감정이입을 많이 한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6월 한달 동안 유럽 무대를 돌면서 매 도시마다 새롭게 관객들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즐거움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유럽투어 마지막을 장식할 이 극장은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요한 스트라우스 오페레타 ‘박쥐’ 등이 초연됐던 곳이다. 혹시나 하는 걱정과 달리 706석 모든 좌석이 현지 유럽인들로 가득찼다. 매회 공연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와 발 두드림,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수적인 유럽 관객들에게도 와 닿은 것이다. 한국의 전통 판소리를 들려주지만 기본적 줄거리는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내용으로 구성한 것은 하나의 전략이었다. 그리스와 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게 지면서 한 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트로이 여인들이 겪는 비극적 운명을 그렸다. 주제에 보편적인 정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창극을 유럽 무대에 소개한 모리츠 로벡(45) 빈 페스티벌 큐레이터는 초청한 이유에 대해 “한 가지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번 빈 페스티벌에 40개 작품 초청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트로이의 연인이 갖고 있는 비극적 주제가 딱 들어맞아 폐막작으로 초청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이 특별한 게 어느 나라든 전통이라는 게 있고 오리지널이 있는데 그것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데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인문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문화권이라서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전통 작품에 대해 기회가 되면 또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는 17일 리뷰 기사를 통해 “한국의 오페라인 창극과 그리스의 비극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면서 “2018 빈 페스티벌의 폐막작인 ‘트로이의 여인들’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기립 환호가 이어졌으며 자막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고 호평했다.
김성녀(68)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우리의 소리꾼이 외국의 스텝들과 근대적인 작업을 한 건 꿈 같은 일입니다. 창극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구요. 창극의 소재를 다양하게 만들어서 그리스 비극이 아니라 한국적인 비극에 관한 얘기를 넣어서 세계에 한국의 예술을 제대로 소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빈(오스트리아)=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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