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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대북 투자, 북한 눈높이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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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세계는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대북 투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최대 투자은행 노무라(野村)홀딩스는 일찌감치 지난 4월 남북통일이 성사될 경우에 대비해 사놓아야 할 주식 목록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일 리서치센터에 '북한투자전략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3일 싱가포르를 북한의 유일한 발전전략 모델로 추천했다.

사실 북한은 싱가포르에 관심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는 매우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이자 권위주의 국가, 독재 국가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의 26년 집권 이후 측근 고촉통(吳作棟)에 이어 2004년부터 리콴유의 맏아들 리셴룽(李顯龍)이 14년째 집권 중이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연간 6만2000달러(약 6800만원)다. 수치상 싱가포르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잘 산다는 뜻이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폭넓은 개방 덕이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다국적 기업과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했다. 이것이 싱가포르가 북한과 다른 점이다.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번영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날 워싱턴 소재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토론회에 참석한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석좌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 경제번영이야말로 모욕적이고 위협적일 것"이라며 "미국이 국제사회와 북한의 '경제통합' 운운하지만 이는 북한이 결코 원치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북한 내부로 급속히 흘러드는 것을 북한 당국이 원치 않으리라는 이유에서다. 북한 사회로 외부 자본주의가 급속히 흘러 들면 결국 김정은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0년대 세계 사회주의 진영의 위기에도 의연하게 사회주의를 수호했다고 자부한다. 당시 북한은 서독에 흡수통합된 동독과 달리 대(對)소련 관계에서 자주외교노선을 견지했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ㆍ'글라스노스트(개방)'가 동독에 직접 유입돼 동독 공산당의 약화로 직결됐으나 북한에서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쿠바와 중국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의 발전상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북한의 훌륭한 입지조건에 대해 일깨워줬다고 자랑했다.

"북한에서는 매우 훌륭한 해안선을 볼 수 있다. 훌륭한 호텔을 지을 수 있다. 그러니 부동산이라는 관점에서 잘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실상에 대해 사실상 전혀 모른 채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 입장에서 만든 영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회주의 수호에 대한 북한의 자부심은 바깥 세계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는 곧 북한의 자존심이다.

서방이 북한을 상품시장으로 바라보는 한 북한 경제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화려한 빌딩, 백화점에 넘쳐나는 상품들, 상업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력에 대한 믿음으로는 결코 북한 문을 열 수 없다.

북한의 눈높이에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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