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를 가다]한반도 전문가 진징이 교수 "북중 경협 우선순위는…"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작년 11월만 해도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고려항공 항공편 승객은 13명이 고작이었습니다. 열차도 텅 빈채 운행을 했죠. 그런데 지금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기차는 일찌감치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탈 수 없을 만큼 수요가 많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항공편을 늘릴 수 밖에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앞두고 기업인, 정부 관계자들이 미리 움직이고 있다는 얘깁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앞두고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 움직임이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발전의 의지를 강하게 품고 있는데다 중국은 지정학적 이슈 때문에 발전이 쉽지 않았던 동북지역에 대한 경제 자극이 필요했던 터라 유엔 제재만 완화된다면 양국간 경제협력 움직임은 더욱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교수는 "그동안 중국이 북한에 꽤 많은 투자를 했었는데 양국 경제협력은 우선 그동안 멈췄던 투자 프로젝트들을 재개하는 것부터 물꼬를 틀 것"이라며 "북한산 동광에서 광물 자원을 중국으로 가져오는 것, 나진선봉 지역에 진출했다가 프로젝트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다시 살리는 것 등 멈췄던 투자들이 하나 둘씩 재개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도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또, 최근 북한 노동당 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해 어떤 분야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갔느냐만 봐도 북한이 중국과 어떤 분야에서 협력을 원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진 교수는 "IT, 농업, 생명과학 등이 북한에서 관심있게 보고 있는 분야인데 이 가운데 농업이 가장 빨리 협력이 진행되는 분야일 것"이라며 "북한에 비료, 종자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고 인도적, 민생 관련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온 중국도 농업쪽 협력을 우선시하는게 적합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중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는 게 진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안됐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이 한반도 문제에 자꾸 개입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굴곡이 불가피했다"며 "이 때문에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 발전이 더뎠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안보 리스크가 자연적으로 해소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동북아 경제협력체, 지역경제 블록화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동북지역 경제발전은 중국 전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평화체제 구축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진 교수는 "한반도는 지난 한세기 동안 평화체제가 정착된 적이 없었다"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처음 찾아온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을 하는게 중요하고, 긍정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가난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희망도 크다"며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시작점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무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한국과 북한이 대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참여도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진 교수는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참여하고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종전선언이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는만큼 이후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할때부터 중국이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