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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를 가다]압록강철교 화물차·관광차 다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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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를 가다]압록강철교 화물차·관광차 다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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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여기서 장사를 오래 했는데, 지금처럼 단둥 분위기가 좋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이곳 가게들의 장사가 갑자기 눈에 띄게 잘되거나 하는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둥을 방문하는 외지인이 많아지고 있고 그동안 주목을 못 받았던 단둥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트고 있어 분위기가 밝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깃들면서 중국에서 가장 먼저 표정이 바뀌고 있는 곳은 북중접경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이다. 지난 8일 압록강변 주변 먹자골목 격인 고려거리를 끼고 일렬로 들어서 있는 상점 중 한 곳의 주인은 손님들에게 북한산 꿀을 권하며 최근 부쩍 늘어난 외지인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상점 주인은 "단둥으로 넘어온 북한 사람들이 보따리에 꿀, 오미자, 버섯 등 농산물을 잔뜩 들고와서 우리에게 판다"며 "물건 들어온지 얼마 안된거니 믿고 먹어도 된다"고 호객행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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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진 단둥 거리…北 노동자 유입 늘고 관광객 교류 활발=단둥 거리에 북한 배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아직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리진 않았지만 단둥 커우안(口岸, 세관이 있는 국경통과지점) 앞에는 양손 가득 물건이 들어있는 짐보따리를 들고 택시에서 내리는 북한인들이 많았다. 택시기사는 "북한에서 물건을 떼와 중국에서 팔고 다시 중국에서 물건을 사서 북한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라며 "원래는 불법이지만 수수료를 떼고 몰래 물건을 사고팔아 북한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은걸로 안다"고 말했다.
아예 중국에서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고려거리의 한 마사지숍 주인은 "방금 두 명의 북한 사람이 다녀갔다"며 "이곳에선 중국 노동자들에게 주는 돈의 3분의 1 정도면 북한인을 고용할 수 있는데, 단둥에 와서 취직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받은 월급의 절반을 북한 정부에 주고 나머지 중 일부를 수수료 개념으로 회사에 지불한 뒤 몇 푼 안 되는 외화만 손에 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식당에서도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북한식당으로 알려진 류경식당은 연초만 해도 유엔 제재 결의에 따라 문을 닫았었고, 문을 연 후에도 한국인이 들어가면 손님 받기를 거부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명 남짓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북한 여직원들이 한국인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으며 손님이 없을 때에는 북한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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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광을 권하는 중국 여행사들의 호객 행위도 꽤 적극적이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와 단둥역 근처에는 북한 관광 호객행위를 하는 여행사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여권이 없어도 신분증만 있으면 북한 신의주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고 관광객들을 유인했다.

실제로 커우안 앞에는 북한 관광을 떠나려는 중국 관광객들과 이들을 태우려는 관광버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장쑤성에서 북한 관광을 하기 위해 단둥으로 왔다는 한 중국인 관광객은 "아침에 이곳에 집결하면 가이드가 신청자 명단을 보고 호명을 하고, 버스에 타면 북한 관광이 시작될 것"이라며 "아침에 갔다가 저녁 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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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잇는 압록강철교, 떼지어 통과하는 화물차, 여행사 차량으로 정체=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는 조용할 틈이 없었다. 오전 9시 30분. 북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화물차와 기차, 여행사 버스의 줄이은 행렬로 압록강철교는 정체돼 있었다. '묘향산려행사'라고 쓰여진 관광버스는 압록강철교를 건너 단둥 커우안 주차장에 멈춰섰고, 이곳에서 중국 관광객들을 태우고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압록강 철교를 지나는 화물차 뒤에는 큼지막하게 '평북(평안북도)'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한 단둥 주민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리진 않았지만, 확실히 압록강철교를 지나는 차량들이 늘었다"며 "여기가 이정도라면 배를 통해 북한과 중국간 물자 교류는 더 활발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압록강 하류에 위치해 있는 둥강항에서는 밤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싣고 나르는 배를 쉽게 볼 수 있다"며 "해산물, 생활용품 등이 주로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둥강항 인근에 위치한 황해(黃海)수산물 도매시장 창고에는 인부들이 창고 가득 들어온 북한산 조개를 손질하고 포장하고 있었다. 유엔 제재로 인해 북한산 해산물은 금수품목이지만, 최근 많은 양의 북한산 해산물이 둥강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 가격 역시 저렴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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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를 손질하던 한 직원은 "어제 밤 들어온 북한산 조개들"이라며 "1kg에 10위안에 판매되고 있으며 원할 경우 한국으로도 배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원은 "예전에는 경계가 삼엄했기 때문에 북한산 조개를 가져오는 운송비가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해산물의 밀수 단속이 느슨해져 운송비가 내려갔고 이로인해 해산물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과거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해산물 밀수업을 했다던 한 사업가는 "유엔제재 이후 사업하기가 어려워져 발을 뺀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 다시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북한산 수산물의 중국 밀수가 몇개월 전 보다 훨씬 쉬워진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산물 밀수 단속이 느슨해졌지만, 같은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 철광석 등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며 "하지만 곧 대북제재가 풀릴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어 업자들끼리 예약을 받고 선적을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단둥 시내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단둥신구 신압록강대교 인근에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완공 후 만 3년이 넘게 개통이 지연된 신압록강대교가 곧 개통이 되면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아파트를 사놓는 외지인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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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시세차익을 노린 외지인들이라, 완공된 인근 아파트들은 대부분 빈집인 상태다. 한 지역 주민은 "1㎡당 4000~7000위안 사이를 왔다갔다 할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널뛰기 중이다"라며 "현재는 사람들이 많이 안살아 유령도시처럼 보이지만, 신압록강대교만 개통되면 기업과 물류, 사람이 집중될 수 밖에 없어 여기에 돈을 묻어두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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