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수 도라산역 부역장 "남쪽의 마지막 역 아닌 北 가는 첫번째 역"
고령화지역 연천 부동산시장에도 활기
"평당 6만~7만원하던 땅이 20만원 호가…30~50대 청장년층 문의 많아"
[연천·파주=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경기도 파주와 연천 등 남북이 맞닿아 있는 접경지 일대는 최근 들뜬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던 남측 경의선 끝자락인 도라산역은 어린 학생과 지방에서 먼 길을 달려온 국내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오랜 시간 '초고령화 지역' '미성숙지'로 낙인찍혔던 연천에는 투자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20일 도라산역 부역장에 부임한 이후 남과 북의 시계는 빠르게 돌았다. 경의선(서울~도라산)과 경원선(서울~백마고지)의 올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회담일을 기준으로 166명, 2202명에서 330명, 3128명으로 급증했다. 도라산역의 경우 회담 전 74명 선이었던 방문객 수가 160명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전문 해설사들의 입이 모자라 박 부역장이 직접 안내해줘야 하는 정도다. 그는 "과거엔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전체 방문객의 80% 수준으로 대부분이었다"면서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에는 전체적인 관광객 수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가족단위, 학생단체, 지방 관광객 등 다양한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도라산역이 머지않아 북한을 향하는 '첫번째 관문'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낼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도라산역은 열차가 이동ㆍ정차하는 고유의 역할이 아닌 상징적 관광지에 머물러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는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닌 북으로 가는 첫번째 역이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지역' 연천군에 쏠리는 눈=연천은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으로 미개발 지역이 많은 '미성숙지'로 꼽혔다. 인구 4만5000여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1만4500여명으로 37.7%에 달해 지역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힘입어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활기가 도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땅을 내놨던 매도인들이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강세시장'으로 돌아섰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연천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용호 21세기공인중개사 대표는 "나왔던 물건들을 땅 주인들이 모두 거둬들이거나 값을 배로 올려 부르고 있다"면서 "매물은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평당 6만~7만원하던 땅이 최근 20만원까지 호가가 오른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문의는 30대 후반에서 50대가 대부분이다. 그는 "미성숙지여서 매수 후에도 7~8년 가까이 시장 흐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청장년층의 문의가 많다"면서 "인편관계 거래를 제외하고는 매매가 실종됐지만 매수 문의는 전주ㆍ부산ㆍ충청도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한 달에 4~5건에 그치던 투자 문의가 지금은 하루에도 7~8건을 넘긴다"면서 "실제 거래는 거의 없지만 드물게 직접 찾아와 매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가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물과 달리 경계나 형태, 가치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토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현지의 목소리도 높다. 접경지 특성상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묶인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매매 자체가 힘든 민통선 땅을 몇 만평씩 사들여 그럴 듯한 설명회로 서울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오는 경우가 있는데 투자 전 관할 지자체와 소관청에 해당 토지에 대해 자세히 문의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평당 5000~6000원짜리 땅을 10만원 이상 주고 투자한 고령의 투자자가 외국에 거주하는 자녀들과 함께 중개업소를 찾아와 상담하고 간 일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외지 기획 부동산들도 연천에 입성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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