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다금바리는 천 번을 기운 그물코다 천 번의 바느질 자국이다 김 씨가 먹어 보지 못한 것, 바다에 미쳐 공부는 점점 싫어 바다에서 나이를 먹은 김 씨가 사십 년 배를 타면서도 그 속을 모르는 속, 어둡기 전에 거둬 올려야 하는 매일의 어망이다 조수 일을 대신하는 아내의 큰손이다
■어디 김 씨만 그러하겠는가. 소백산 자락 아래 송이를 따러 다니는 이 씨도 그러할 것이고, 여름 내내 민어를 쫓아다니는 정 씨도, 봄볕이 들자마자 벌들을 따라 이 산 저 산 옮겨 다니는 강 씨도 그러할 것이다. 곶감을 깎는 전 씨도, 천혜향을 매만지는 허 씨도, 염소를 키우는 최 씨도 살림살이는 그저 고만하고 고만해 "매일" "어둡기 전에 거둬 올려야 하는" 생계는 빠듯하고 하루하루는 자잘할 따름이다. 그러나 다행이어라, 천만다행이어라. 그들의 아내들은 때론 사내보다 배포가 커도 몇 갑자는 우람차게 커 괜히 구석에서 눈치나 보는 좀스런 남편 입에다 다금바리뿐이랴 송이도 민어도 꿀도 곶감도 어느 결에 쑥쑥 넣어 주니, 아내들이여,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야 뭐 도다리 한 접시면 그저 감지덕지이니….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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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