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가 30년 만에 재개편되는 가운데 이같은 내용을 결정한 학생 총투표 결과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여학생회가 여전히 존재하는 서울 내 다른 주요 대학에서도 총여학생회 존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추세다.
이번 총투표는 지난달 총여학생회가 페미니스트 은하선 씨를 교내 강연 연사로 초빙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일부 학생들은 은하선 씨가 과거 십자가 형상의 자위 기구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점 등을 이유로 기독교 학교인 연세대에서 강연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총여학생회는 이런 비판 여론을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사회, 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로 규정하고 강연을 강행한 바 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총여학생회 존폐에 대한 갈등은 여전하다. 앞서 이번 총투표에 대해 보이콧 운동을 주도한 총여학생회 지지 학생 모임 '우리에게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우총필)는 SNS를 통해 학생 총투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총여학생회의 구체적인 재개편 방안을 놓고도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밝힌 '학생 총투표 의결사항에 대한 중앙운영위원회의 입장'에 따르면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총여학생회의 개편 주체를 총여학생회와 총여학생회 회원인 연세대 여학우로 한다고 합의했으며 총여학생회의 폐지 또는 지도부 퇴진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을 두고 일부 학생들은 '개혁의 대상인 총여학생회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총여학생회 지지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과 대자보 등이 훼손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우총필 측은 이같은 행동에 대해 "성숙한 의견 개진은 타인의 말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위협적인 행동을 제발 멈추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폐지될 경우, 서울 내 주요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운영되는 곳은 사실상 동국대뿐이다. 경희대와 한양대에도 총여학생회가 남아 있으나 경희대의 경우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한양대에서는 지난 3월 선거가 무산돼 총여학생회 구성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 총투표를 계기로 동국대에서도 총여학생회 존폐 논의가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대나무숲'에 글을 게재해 "지금 우리 대학에도 총여의 존재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는 학우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지금이 총여학생회 존폐나 개편에 대해 총학생회에서 다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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