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시대 獨 모델서 길찾기, 아시아경제가 제안하는 'CVID'
Verifiable(검증가능ㆍ투명한)
Industrialization(산업화)
Discipline(규율)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지은 기자]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한 '피스노믹스(Peacenomics)'가 무르익고 있다. 정부는 남북의 균형잡힌 발전과 경제적 통일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경제구상'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물밑 준비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4월 '사회주의 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하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기업들도 대북사업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주요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아시아경제는 이달 초 '피스노믹스'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 독일 베를린의 과학기술단지 아들러스호프의 운영 책임자 피터 스트렁크 박사는 현 한반도의 상황을 '절호의 기회'라고 정리했다. 스트렁크 박사는 "독일은 우연의 산물인 통일로 인해 수십년간 값비싼 통일 비용을 치러야 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북한 체제가 유지될 경우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 기업들의 북한 노동인력 활용 등을 통해 경제통합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투자무역진흥청의 아샤 마리아 샤마 담당관은 "사회주의 체제가 갖고 있는 우수성은 교육의 질"이라며 "북한 체제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경협이 본격화되면 한국 기업들은 북한에 일자리를 만들고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도 북ㆍ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에서 새로운 경제 판도가 바뀌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개성공단 등 과거 남북경협사업들이 긴장고조로 중단됐던 사례에 비춰 '남북 경협은 CVID(포괄적이고 투명한 산업화 규율)'에 기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VID는 Comprehensive(포괄적이고), Verifiable(검증가능ㆍ투명한), Industrialization(산업화), Discipline(규율)을 지칭한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남한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려면 북한 정부가 기업의 사적 계약과 송금을 보장해야 하고 근로자를 직접 채용ㆍ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룰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우리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북한 역시 개혁ㆍ개방을 추진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 민간기업들과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독일도 통일 과정에서 서독 정부와 민간부문이 역할을 나눈 것은 물론 정부 간 지원에서 상대급부를 분명하게 요구하는 원칙을 지켰다.
독일이 지난 수십년간 통일 후유증에 시달렸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 장밋빛 전망 대신 장기적으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점진적인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대북 제재 해제, 북한의 비핵화 등을 봐가며 우리 정부가 대응해야 하고, 국민들도 장밋빛 전망 보다는 장기적이고 참을성 있는 자세로 지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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