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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행자 중심 도시교통 정책 성공을 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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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수 인구 2.3명당 1대, 도로연장 11만㎞'. 우리나라의 도로교통 기반시설 수준을 표면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교통을 포함해 놀라운 경제적 성장을 보였다. 그간 교통시스템의 주요 정책 방향은 차량 소통 중심의 정책이었으나 보행 사망자 수 기준 세계 최하위권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이제 보행자에게 안전한 교통환경을 되돌려주기 위한 목표가 필요한 때다.

차량 속도와 보행자 사망률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차량의 속도가 50㎞/h인 경우 보행자의 사망 확률은 60%에 육박하지만 30㎞/h 이하에서는 10%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로에서 많이 발생하는 측면 충돌사고도 속도에 따라 운전자의 사망 확률이 달라진다. 사고 발생 시 차량 속도가 60㎞/h 이상인 경우 운전자 사망 확률이 80%지만 50㎞/h 이하에서는 25%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 결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최근 속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도시부 제한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시행 중이다. 제한속도를 원칙적으로 50㎞/h 이하, 주거ㆍ상업지역 등 보행자 통행이 밀집된 구역은 30㎞/h 이하로 낮추는 정책이다.

이러한 보행자 중심 도로정책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도시부의 차량 속도를 50㎞/h 이하로 시행해왔다. 독일 연방교통부는 도시부 도로를 기능별로 구분하고 도로 기능 및 역할에 따라 제한속도를 설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보행자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도시부 속도 하향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도시부 속도 하향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온 국가들의 추진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공통점은 우선 도로 기능 및 역할에 따라 제한속도 적용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한속도의 설정 근거를 마련하고, 이용자들의 동의를 얻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는 물리적으로 차량이 제한속도 이상으로 주행할 수 없도록 도로 기하구조와 교통운영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향된 제한속도를 준수할 수 있도록 홍보와 계도를 장기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제한속도를 낮추면 통행시간이 가중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도시부 제한속도 하향 사례(60㎞→50㎞)를 조사한 결과 교통 정체와 신호 지체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교차로 통행방법에 있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신호교차로에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는 적신호 시 우회전 금지를 도입하고, 독일의 사례와 같이 무신호 교차로에서는 진입 순서와 상관없이 우측 도로에서 접근하는 차량에 우선권을 부여해 교차로 진입 시 운전자가 속도를 수시로 감속하도록 유도해 보행자 중심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제한속도 하향은 도로가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도시재생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은 법ㆍ지침ㆍ매뉴얼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교통안전마을 모델을 개발ㆍ분석ㆍ검증해 지방정부와 국민에게 제시하는 장기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최병호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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