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노태영의 무대읽기]일흔 살 거장, 현의 노래

최종수정 2018.06.14 10:46 기사입력 2018.06.14 10:46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인터뷰서 '음악이 남북 평화에 큰 역할'

[사진=크레디아]
[사진=크레디아]


"훌륭한 연주자들은 우리가 사는 이 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일흔을 맞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아시아경제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음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좋은 클래식 음악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음악의 이런 점을 알아준다면 세상의 폭력, 대립, 전쟁의 수는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설적인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 피아티고르스키를 모두 사사한 유일한 첼리스트다. 지금도 세계 각국을 돌며 독주와 실내악 분야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거장 마이스키가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슈테판 블라더 지휘)와 함께 내한 공연을 한다.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2011년 이후 7년만이다. 오는 15~16일 김해 문화의 전당 마루 홀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는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변주곡을 협연한다. 첼로 협주곡 레퍼토리로 잘 알려졌지만 마이스키가 이 곡을 국내에서 연주하기는 처음이다. 1997년 오르페우스 체임버와 발매한 마이스키의 차이콥스키 음반은 그라모폰으로부터 '마이스키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곡'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마이스키는 음악가로서 나이를 먹는 의미에 대해 "나에게 모든 공연은 음악의 존재 자체를 축하하고 기뻐하는 것이기에 내 나이가 60이든, 70이든 모든 공연의 의미는 같다"면서 "이번 공연이 내 마지막 공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이벤트를 기념하기 보다는 모든 공연이 소중하다"고 했다.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나에게는 항상 흥미로운 곳입니다. 역사적인 유산이 많이 남아 있고, 서양의 클래식을 받아들이는 이해력도 놀라워요. 청중들은 민감하고 지적이죠. 긍정적인 기운을 갖고 있고요. 그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기 때문에 늘 한국을 다시 찾고 싶어집니다."
마이스키는 이번 한국 공연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시대의 곡인 차이콥스키를 연주할 예정"이라면서 "일반적인 차이콥스키 곡과는 조금 다른, 모차르트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며 쓴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매우 생생한 곡이며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46년 창단된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명지휘자 카를로 체키, 예후디 메뉴인, 산도르 베그 등과 정통 모차르트 사운드를 구현해 왔다. 1952년 신동 소리를 듣던 다니엘 바렌보임이 아홉 살일 때 첫 오케스트라 협연을 한 연주단체다. 빈 콘체르트하우스를 기반으로 일 년에 100회가 넘는 공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매년 미주 및 아시아 투어를 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사진=크레디아]

마이스키는 한국의 첼리스트 장한나를 세계무대에 소개한 인물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그는 장한나와 함께 무대에 설 계획을 묻자 "2020년 5월에 트론하임에서 그녀와 다시 한 번 연주할 계획이 있지만, 그 전에 다시 함께 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네요"라고 대답했다. 장한나에 대한 그의 애정은 여전히 컸다.

"그녀는 내가 만나 본 연주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음악가입니다. 첼리스트로서도, 지휘자로도. 한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녀가 아홉 살이나 열 살쯤 되었을 때인데 그때도 그녀의 음악성과 에너지, 총명함에 매우 놀랐습니다. 작년에 한나가 지휘하는 트론하임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것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몇 번 그녀와 함께 하였는데, 항상 다음 연주를 기대하게 되죠."

마이스키는 '그리운 금강산', '청산에 살리라' 등 한국 가곡을 자신의 음반에 녹음하기도 했다. 그는 "벌써 몇 십 년이 지난 옛날에 음반사에서 한국 가곡의 녹음을 의뢰했는데 당시에는 연주를 선뜻 결정하지 못한 기억이 난다"며 "한국음악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마이스키는 "그 앨범을 제작할 때 많은 곡들을 들어보았고 좋은 곡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 기회가 되면 새로운 곡을 녹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이스키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연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가 마지막으로 연주할 가장 특별한 첼로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다. 모든 첼리스트들이 좋아하는 곡이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곡의 부제는 '기사다운 인물의 주제에 대한 환상적인 변주곡'이다. 2012년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무대에서 장한나의 지휘로 협연을 하기도 했다.

마이스키는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았다. 1965년 레닌그라드 필하모닉(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협연 후 '제2의 로스트로포비치'라는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누나가 이스라엘로 망명하자 1970년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18개월 노동형을 선고 받고 첼로 대신 삽을 잡았다가 1973년에 망명해 같은 해 카네기홀에서 연주했다. 그는 '음악가로서의 꿈'을 담담히 털어놨다.

"내가 연주하는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나 자신보다 관객들을 위해 연주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작곡가와 관객들 사이의 메신저임을 인지하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고, 사랑하고, 즐겼던 음악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최선을 다한 연주자였다고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문화부 기자 factpoet@asiae.co.kr

오늘의 주요뉴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