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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남북 경협 새 틀을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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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 미국과 북한이 세기의 담판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걸어 나오지 않는 한, 어떤 형태건 북ㆍ미 간 오랜 적대 관계 해소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될 것이다. 물론 이번 회담으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절박한 경제 사정과 이번에야말로 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보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놓고 볼 때, 한반도의 봄은 이미 가시권에 있다고 판단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남한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테마주가 춤추고, 기차 타고 유럽 가는 꿈에 부풀어 있다. 물론 남북 경협은 독립변수가 아니다. 종속변수다. 실체적 북핵 폐기가 어떻게 진전되는가에 따라 속도가 조절된다. 따라서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규모의 경협이 진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유용한 기간이 될 수 있다. 남북 경협과 관련해 우리가 추구할 가치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할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북 경협을 통해 우리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보다도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경협과 관련해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북한의 경제를 살려야 하는 이유에 대한 보수ㆍ진보의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인가. 북한 주민의 상황을 보자. 2017년 세계식량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119개 국가 중에서 27번째로 기아가 심한 나라다. 기아지수로 볼 때 북한은 여전히 1990년대 수준이다. 특히 영양부족을 겪은 북한 주민 비율이 2007~2016년 사이 40.8%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 주민은 극심한 식량난에다 섬유ㆍ의류ㆍ전기ㆍ주택 등 기초생필품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남한 TV에서 보여주는 북한의 고층 빌딩과 화려한 외출복을 입은 주민들은 인구의 10% 정도에 불과한 '특별시민'들의 생활 모습이다. 우리가 경협을 통해 생활 개선을 도와야 할 대상은 90%에 달하는 북한의 '보통'시민들이다. 특별시민들은 고난의 행군 때도 굶지 않았다.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다. 따라서 휴전선 북쪽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을 돕는 일은 헌법적 가치와도 일치한다. 이것이 북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한국 내에서 정파와 이념을 떠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볼 때 남북 경협의 상징이던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 방식도 용도 폐기하고 발전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개성공단은 근본적으로 북한 정부에 도급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동자 배치나 작업 지시 등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고, 그저 급여를 북한 정부기관에 주고 북한 노동자를 공급받아 북한이 뽑은 관리 인력이 생산을 책임지는 형식이다. 그래서 도급인 것이다. 인사나 채용 등 경영의 자율권은 없었다. 임금 협상도 북한 정부와 남한 정부가 했다.

무엇보다도 남한 기업의 필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임금에 몰린 기업들이 중국과 베트남도 못 가니 개성공단이라는 돌파구를 활용하도록 짜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북한 정권의 외화 벌이와 남한 한계기업의 생존 연장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계속된다면 남북 경협의 양과 질은 크게 제약받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우리 정부가 지금 할 일 중 하나는 개성공단 프레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협 모델을 진지하게 구상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북한이 그리는 개혁ㆍ개방의 청사진에도 영향을 받는다. 경제 시스템을 개혁할지, 아니면 대외 개방에 그칠지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 그러나 북한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우리가 추구하는 경협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경협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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