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천하의 리콴유(李光耀 / 1923~2015)도 경제위기 앞에서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라는 그는 2007년 8월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인터뷰에서 "카지노를 좋아하진 않지만 세상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은 투자책이 아니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눈에 흙이 들어가도 카지노는 안 된다던 리콴유다.
말레이시아 겐팅그룹은 그 해 싱가포르 카지노 사업에 49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최초의 복합 카지노 '리조트 월드 센토사(2010년 개장)'는 그렇게 탄생했다. 미국 샌즈그룹은 55억 달러를 들여 근처에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를 세웠다. 두 곳은 리콴유식 실용주의 실험의 대명사라고 할 만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당시 "2015년까지 연간 관광객을 1700만명으로 확대하고 관광수입을 300억 달러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9년에 마이너스 2%로 뒷걸음질한 싱가포르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4.7%로 반등했다.
싱가포르의 개방ㆍ효율주의는 싱가포르항만에서도 엿보인다. 싱가포르항만청은 선박의 국적이나 회사를 따지지 않고 입항하면 즉시 연료를 공급한다. 120여개국, 600여개 항구와 연결된다. 각종 인센티브로 선박을 끌어들인 끝에 컨테이너 물동량이 세계 2~3위를 오간다.
싱가포르는 리콴유가 죽을 때까지 권력을 유지하고 아들인 리셴룽(李顯龍)이 권좌를 물려받은 사실상의 독재ㆍ세습 국가다. 내일(12일) 트럼프를 만나 세기의 악수를 나누고 체제안전보장을 논할 김정은에게 싱가포르는 얼마나 매력적일까. 그들은 이 땅에서, 얼마나 짙고 커다란 세계사의 변곡점을 찍을 수 있을까.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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