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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가장 행복했었다/허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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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똥을 눌 때는
재촉하거나 때리지 않는다
산짐승도 똥을 눌 때는 총을
겨누지 않는다 하루 중
화장실에서 똥을 눌 때만은
행복했었다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바람도 없었다 아늑했다
조용한 곳이다 혼자뿐이다
편안하다 똥을 다 누고서도
앉아 있었다 그동안은
가장 행복했었다
[오후 한 詩]가장 행복했었다/허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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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하고 재미난 시다.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뒷맛이 좀 씁쓸하다. 왜 그럴까 한참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시 제목과 본문에 걸쳐 두 번 적힌 "가장"과 세 번 쓰인 "행복했었다" 때문인 듯하다. "가장"은 그 뜻을 누구나 알 테고, '-었었-'은 현재와 비교해 다르거나 단절되어 있는 과거의 사건을 나타내거나 그것이 과거였음을 좀 더 강조할 때 사용하는 어미다. 다시 적자면 똥을 누던 "그동안"이 "가장" 행복"했었"다는 것이다. 매시간 똥을 눌 수도 없고 괜히 쓸쓸하고 착잡하다. 이 시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방하착(放下着) 착득거(着得去)'라는 공안이 있다. 범박하게 말해 앞의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또한 내려놓으라는 뜻이고, 뒤의 말은 다시 지고 가라는 의미다. 행복은 어쩌면 이 둘 사이를 오가는 일이 아닐까 자문하다 너무 어려워 그만둔다. 죄송하지만, '할!'이 아니라 '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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