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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의 계절 다가오는데…여성 몸 뚫어져라 ‘시선강간’ 논란

최종수정 2018.06.08 15:10 기사입력 2018.06.07 15:31

한 시민이 시원한 여름복장으로 길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시원한 여름복장으로 길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초여름 날씨가 지속하면서 더위를 피하고자 옷차림이 짧아지는 등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남성들이 여성의 몸을 대놓고 쳐다보며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이른바 ‘시선강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선강간이란 시선만으로 상대방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로 일종의 신조어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한 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여름이라서 치마 입었다, 너희가 위아래로 쭈욱 훓어 보라고 그런게 아니고” 라며 “한번 스윽 시선이 닿아서 보는 것과, 애 지나가는데 민망할정도로 끝까지 다리만 뚫어져라 보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라고 분통을 터뜨린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는 시선을 보내는 남성과 이를 느끼는 여성 사이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시비다. 이 같은 사연에 일부 남성들은 “입어놓고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데 시선강간이래. 입지를 말든가”, “별게 다 시선강간. 바지 입었는데 훑으면 괜찮나요?” 등 이 사연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EBS 1TV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서는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라는 주제로 시선 폭력(불순한 표정이나 눈빛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에 담긴,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남녀 사이 권력지형을 다뤘다.
이날 방송에서 성우 서유리는 “어떤 방송에서 여성 아이돌들의 뒷모습을 남성 출연자들이 굉장히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논란이 돼 이러한 신조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철학자 이현재는 “누군가를 본다는 것 자체로도 대상화가 되는데 이것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또는 한 곳만 굉장히 대상화시켜서 바라본다고 했을 때, 바라봐지는 사람은 그 시선 앞에서 자신의 주체성이 드러나지 못하고 인격을 박탈당한다”고 지적했다.

시선강간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기생충 박사 서민은 “강간을 당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것에 준할 만큼 불쾌하다는 뜻에서 붙인 것 같다”며 “무엇이든지 용어를 세게 규정해야 남자들이 조심하지 않겠나. 적절한 표현으로 본다” 고 강조했다.

작가 은하선은 “그나마 ‘쳐다보지 마’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다가, 시선 강간이라는 강한 표현을 하니까 ‘쳐다보는 것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 같은 상황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캣 콜링’이라 불리는 이 행위는 지나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남성의 고정된 시선과 성적인 발언을 의미한다. 심지어 여성의 엉덩이를 툭 때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캣 콜링’은 전 세계 여성 10명 중 8명이 미성년 시절 길거리에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코넬대가 길거리 성희롱을 반대하는 비영리단체 홀라백(Hollaback)과 22개국 여성 1만6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84%가 17세 이전에 처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성의 경우 10% 이상이 11세 이전에 길거리에서 성희롱을 겪었다고 답했고, 이탈리아 여성의 88%는 성희롱 때문에 집이나 목적지를 갈 때 평소와는 다른 길로 다닐 정도였다. 이어 영국 여성의 90%, 폴란드 여성의 81%가 각각 17세 이전에 이 같은 성희롱을 경험했고, 프랑스 여성들은 76%가 과거에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는 교칙으로 ‘특정인을 응시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시해 이를 성희롱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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