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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알아본]인천공항 甲질 vs 패자의 몽니…면세점 공방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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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 논란
입찰가격 공개…최고 가격 쓴 롯데면세점 탈락
사업제안서 평가 점수 비공개가 논란의 빌미 제공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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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지난달 치러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 또 다시 '밀실 심사'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번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각 기업들이 써낸 입찰 가격이 공개됐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적어낸 롯데면세점이 탈락하면서 또 다른 평가 기준인 사업제안서 심사 결과에 의문이 제기된 겁니다.
통상 인천공항의 경우 임대료를 높게 써낸 사업자가 사업권을 가져가는 가격입찰인 만큼 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입찰 결과에 반발하고 사업제안서 심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인천공항공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가 이뤄진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밀실 심사 의혹이 "근거 없는 루머"라고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인천공항공사의 말처럼 '근거 없는 루머'일까요, '미운털 박힌 인과응보' 의 결과일까요.

DF1구역과 DF5 구역 등 두 개의 사업권을 놓고 치러진 이번 입찰에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두타면세점 등 4개 사업자가 참여해 신라와 신세계가 최종 후보로 압축됐습니다. 관세청 심사를 거쳐 이달 최종 사업자가 선정됩니다.

공사가 설명한 롯데면세점의 탈락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번 사업자 선정은 이전 면세점 선정 평가와 동일하게 사업제안서과 가격이 6대4 비율로 구성, 제안서와 프리젠테이션 내용이 다른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부실하면 높은 가격으로 입찰해도 탈락할 수 있다는 겁니다. 롯데면세점이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4개 입찰 참여 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 60%를 차지하는 사업제안서 평가 결과는 공사가 공개하지 않아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외부 평가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객관적 기준'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죠.

면세 업계에선 올해부터 임대료 부담이 커지는 롯데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이번 입찰이 치러진 만큼 빌미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옵니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5년입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개항부터 세 차례(1~3기) 모두 사업권을 획득해 면세점을 운영해왔습니다. 하지만 사업기간의 절반을 채운 올해초 돌연 공사에 철수를 통보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한 3기 운영 기간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던 4개 구역의 5년간 임대료는 총 4조1412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2015년과 2016년에는 임대료가 4000억~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7500억원대로 뛰었고, 올해부터는 1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공사 입장에선 롯데면세점이 임대료가 저렴할 때 실컷 영업을 하다, 정상적인 계약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가는 시기에 방을 뺀다고 하니 '먹튀'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겠죠?

그래서 공사는 이번 입찰부터 공항 면세점에서 사업기간을 조기 반납한 업체에게 감점을 주는 '철수 패널티'를 도입했습니다. 임천공항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공항이 해당됩니다. 롯데는 물론, 2016년 김포공항에서 철수한 신세계면세점도 감점 대상인 셈이죠.

문제는 신세계가 가격 입찰에서 롯데보다 적은 금액을 적어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가격입찰에서 롯데는 각각 2805억원, 688억원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냈고, 신세계는 DF1구역 2762억원, DF5구역 608억원 등을 제시했습니다. 더욱이 신라는 DF1구역 2202억원(3위), DF5구역 496억원(4위)을 입찰가로 적어냈습니다. DF1 구역의 경우 롯데가 신라보다 600억원의 금액을 더 제시하고도 탈락한 셈이죠.

일각에선 T1면세점의 입찰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올해초 제2여객터미널 개항으로 T1 면세점들은 공사와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롯데의 철수 이후 신라와 신세계도 사업권 반납 카드를 만지작 거렸고, 중소면세점들은 추가 인하를 요구하며 거센 시위를 벌이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신라는 면세 사업자 중에서 공사가 제시한 임대료 인하안(27.9%)을 처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나머지 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했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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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사가 심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번 입찰에서 철수 패널티가 얼만큼 적용됐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사업제안서 평가배점은 경영상태 및 운영실적(15점) 상품 및 브랜드 구성계획(35점) 고객서비스 및 마케팅 매장운영 계획(30점) 매장구성 및 디자인 설치 계획(10점) 투자및 손익 계획(10점) 등입니다. 철수 패널티에 해당하는 '출국장 면세점 사업 수행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조항은 배점이 15점에 불과한데 이 마저도 신용평가 등급이나 직전 12개월 매출실적, 최근 5년간 면세점 운영경험 등도 함께 평가하기 때문에 철수 패널티의 배점 비중이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오이밭에선 갓끈도 고쳐쓰지 말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공사의 주장대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졌다면 입찰 참가자 모두가 승패를 인정할 수 있도록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옳지 않을까요?

더욱이 지난해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관세청이 점수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결과 드러났습니다. 2015년 당시 두 차례의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사'라는 거센 비난 여론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관세청은 행정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특허 심사의 척도인 계량 지표를 조작해 특허심사위원회에 제공했습니다. 사실상 관세청이 심사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점수 조작이 가능했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이후 관세청은 2016년 12월 3차 시내면세점 입찰부터는 선정된 업체만 심사 점수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특허심사위원도 공개로 전환했습니다.

공공기관은 행정 권력이 집중돼 '관치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국민들의 감시 이면에는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입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사의 평가 결과가 계속 비공개로 진행될 경우, 이번 사건으로 향후 입찰에서도 미운털이 박힐까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T1 면세점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공사의 태도는 또 다른 '적폐'이자 행정 권력의 '갑질'이 아닐까요?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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