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와인이야기] 失보다 得 많은 와인 속 '아황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원본보기 아이콘
와인 병의 뒤쪽을 보면, 한글로 '무수아황산(산화방지제)'이 들어 있다고 표기돼 있다. 산화방지제, 즉 방부제가 들어간 것이다. 포도밭에 농약을 뿌리고, 포도를 씻지도 않고, 설탕을 첨가한 데다 방부제까지 들어가 있다니. 와인을 고귀하고 순수한 것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환상이 깨지게 된다. 이 아황산은 와인에서 항산화제로서 산화 방지, 살균 작용, 갈변 방지 등의 이로운 작용 때문에 옛날부터 널리 사용된 물질이다. 와인뿐 아니라 일반 식품, 음료, 약품 등의 보존에도 널리 사용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솔잎을 태워 양조용 항아리를 소독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황을 태워 나오는 연기인 아황산가스로 와인을 담그는 항아리를 소독했는데, 이때를 최초의 아황산 사용으로 보고 있다. 그 후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사용했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확실한 문헌상 근거는 없다. 문헌상에 나타난 때는 중세로 1487년에 공식적으로 사용 허가를 받았다는 기록이 최초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에서 빈 오크통을 황을 태워 나오는 가스로 소독했다. 이때는 와인의 수명을 1년으로 생각하고 이듬해 6월1일 이전에 모두 소모해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이때를 넘기면 와인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여름이 되면 와인의 질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어 보르도에서도 네덜란드 식으로 오크통을 소독했으며, 그러면서 이 가스가 오크통이나 와인의 오염을 방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든 아황산을 사용하지 않고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돼버렸다. 포도를 수확해 으깬 다음부터 아황산을 첨가한다. 아황산은 와인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해 색깔을 좋게 만든다. 살균제로도 작용해 적당량을 첨가하면 알코올 발효를 하는 이스트는 죽이지 못하고 오염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인다. 그리고 안 좋은 성분과 결합해 맛과 향도 훨씬 좋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와인이 완성된 다음에는 보관 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그러나 과량 사용되는 경우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그 사용량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요즈음은 식품첨가물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규정량보다 훨씬 적은 양을 사용하고 있다. 알코올 농도가 낮은 술이 여러모로 건강에 좋긴 하지만, 오래 보존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와인과 같이 몇 년씩 보관하려면 이 아황산은 필수적이다.

요즈음 소비자들은 모든 식품첨가물을 아주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식품첨가물은 '위험과 혜택의 수지'를 따져 위험보다는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사용되는 것이다. 꼭 식품첨가물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결정은 위험과 혜택을 저울질해 유리한 쪽을 선택한다. 모기향은 날아가는 모기를 떨어트릴 만큼 독성이 강하지만 밤새도록 켜놓아도 괜찮은 이유는 그 양이 아주 적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모기향이 우리 몸에 약간 해로울지는 몰라도 그것을 켜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니 사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식품이 쉽게 썩어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약간의 보존료를 넣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 식품첨가물을 사용한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얼마 이상은 넣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고, 이 규정도 유명한 석학들이 수많은 실험을 해 이 정도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정을 내려 정해진 것이다. 1년에 딱 한 번 수확하는 농산물을 1년 내내 먹으려면 보존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 덕분에 우리의 식생활이 풍부해진 것이다. 이 첨가물들은 정해진 용도에 맞게 정해진 양을 사용하면 식품의 저장성이나 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식품첨가물을 사용했는가를 따지기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허용된 양을 사용했는가를 따져야 한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