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짜고 승객 몰아주기 '짬짜미' 영업에 공항 내 호객 행위도 여전…갈수록 교묘해져 단속 난항
[지난달 31일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앞 택시승강장 모습. 여기에서는 호객꾼으로부터 승객 알선을 받은 택시가 먼저 대기 중이던 택시들을 무시한 채 새치기 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사진 속 택시들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입구.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지역별로 구분된 택시 승강장에는 각 지역 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중년 남성이 여행 캐리어를 손에 쥔 여행객들을 데려오더니 어디론가 급하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여섯 번째에 서 있던 택시 한 대가 갑자기 맨 앞으로 이동해 여행객들을 태운 뒤 순식간에 출발했다.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첫인상으로 각인돼야 할 인천국제공항이 불법 호객 행위를 일삼는 속칭 '짬짜미' 택시와 콜밴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불법 영업 행위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그 수법도 정교화돼 관리 당국도 단속에 난항을 겪고 있다.
1일 인천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에 따르면 인천공항 인근 택시ㆍ콜밴 불법 영업 행위 적발 건수는 단속을 시작한 2014년(7∼12월) 168건, 2015년 440건, 2016년 643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359건, 올해 4월말 기준 116건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경찰은 고도화된 수법 등으로 눈에 보이는 수치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르텔에 속하지 않은 외부 기사들은 승객을 태우기가 쉽지 않아 공항행을 꺼린다. 카카오택시 등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지만, 목적지가 공항인 콜이 뜨면 이를 무시하는 기사들도 있다. 인천지역 택시기사인 제영환(58ㆍ가명)씨는 "일부 기사들이 서로 승객을 몰아주고 있어 우리 같은 외부 기사들이 공항에서 나오는 승객을 태우려면 2∼3시간은 기본적으로 기다려야 한다"면서 "더러워서 공항은 안 들어가겠다는 기사들이 많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짬짜미 영업 행위는 물론 공항 내에서의 호객 행위도 문제다. 호객꾼으로 불리는 이들이 입국장에서 관광객들에게 접근해 행선지를 묻고, 적당한 기사들을 알선하는 수법이다. 경찰은 이런 호객 행위는 일반 택시보다는 콜밴에서 더 심각하다고 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별도 인원을 투입하는 등 택시 영업 투명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적발에는 한계가 있다. 단속 인원이 한정돼 있는 데다 대부분 제복을 입고 단속을 벌여 효과가 떨어진다. 또 스마트폰 앱 등으로 서로 연락을 취하며 불법 영업을 일삼는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수법도 단속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관계자는 "경찰은 물론 공사 측 직원들도 얼굴이 알려져 기사들이 눈치를 보며 호객 행위 등을 일삼아 적발이 어렵다"면서 "일부 기사들은 적발되더라도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5만원짜리 딱지 끊기는 게 전부라 대놓고 불법 행위 등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복 경찰을 투입해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령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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