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라"는 재판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두 번째 재판에 불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8일 이 전 대통령의 110억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원대 횡령 등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그는 "재판부가 요청할 때만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취지로 사유서를 썼다. 이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강훈 변호사는 "재판을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법원이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출석해 달라는 요청을 변호인을 통해 하면 그 기일에는 출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해해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며 사유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도 "법리공방이 아니고 사실관계를 다투는 기일이라서 피고인이 출석해야 한다. 변호인을 통하기보다 나와서 증거를 확인하는 것이 본인의 방어권행사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다음 기일에는 꼭 출석해야 한다. 오늘은 출정 거부로 판단된다"고 했다.
검찰도 이날 "피고인이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출석한다고 (지난 기일에) 이야기했다. 피고인이 출석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면서 재판부는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오는 31일 오전 10시로 기일을 연기했다.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이 공판에 출석하지 않을 때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2011년 9월 청와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을 통해 김성호ㆍ원세훈 전 원장이 이끌던 국가정보원에서 약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약 68억원)를 수수하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원 현금 및 1230만원어치 양복),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3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뇌물 혐의액은 총 111억원에 달한다.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여원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첫 재판에는 출석해서 모두진술로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소사실들은 잘못된 내용이 많다. 검찰도 스스로 인정할 것이다. 무리한 기소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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