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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와 ‘피터 래빗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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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최혜영 지음/푸른역사)
‘그리스 문화의 꽃’, ‘그리스 문학의 여왕’이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비극은 예술적 영감의 보고(寶庫)로 꼽힌다. 그리스 신화에 뿌리를 둔 그리스 비극은 인간의 고뇌, 욕망, 운명, 복수, 저주 등 인간 심연의 본성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시공을 초월하여 인기를 끈다. 21세기에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는 ‘현재진행형’인 드라마인 이유다.

그런데 그리스 비극에서 세계 최고의 미녀 ‘트로이의 헬렌’이 처음에는 ‘아주 나쁜, 창녀 같은 여성’이었다가 왜 갑자기 ‘가장 정숙한 여신격 여성’으로 확 달라지게 그려졌을까? 또 고대 세계 최고의 영웅이었던 헤라클레스는 비극 속에서는 왜 그렇게 ‘지질하고 못난 인간’으로 그려졌을까? 무엇보다도 왜 오이디푸스 왕이나 안티고네 같은 테바이 왕실 이야기가 그렇게 인기가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은 그리스 비극을 문학 작품으로만 이해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오늘날까지 이어진 수많은 그리스 비극 연구물들이 주로 비극의 성격 분석, 문학적 기법, 철학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탓이 크다. 이들 연구는 비극이 가진 인문학적 담론을 형성해왔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비극이 원래 지녔던 정치적·종교적·역사적 콘텍스트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이 책은 그리스에서 유학한 서양고대사 전공 학자가 비극의 기원에서 당대의 ‘국제 정세’ 분석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리스 비극을 풀어내 작품의 온전한 이해를 돕는 한편 고대 그리스사의 대강을 보여준다.

저자 최혜영은 경북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수년 동안 그리스 국가장학금을 받으면서 그리스 이와니나 국립대학에서 수학해 그리스 문화를 사랑한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에 관한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에라스무스 장학생으로 추천을 받아 영국 런런 킹스칼리지에서도 수학하였다. 현재 전남대 사학과 교수로 일하며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 편집위원장, 전남대학교 박물관장 등을 역임하였다.

■피터 래빗 전집(베아트릭스 포터 지음/윤후남 옮김/현대지성)
베아트릭스 포터는 1866년 런던의 한 부유한 법률가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난 빅토리아 시대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심했기에, 그녀는 그 시대 다른 상류층 여자아이들처럼 등교하지 않고 가정교사에게서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동식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즐겨했고, 그녀의 아버지도 딸의 예술적 재능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893년 옛 가정교사의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그녀는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피터라는 토끼의 이야기를 그린 편지를 썼는데, 이 편지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피터 래빗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평생 환경 보호에 헌신한 환경 운동가이기도 하다. 피터 래빗 이야기가 큰 성공을 거둔 후 그녀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거주지를 옮겨 그곳의 땅을 샀는데, 그 이유는 그곳의 자연이 인간의 탐욕에 의한 개발로 더 이상 파괴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베아트릭스의 상상력에 더 큰 창조적 원동력을 준 곳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을 매료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했던 그녀의 그림책에는 늘 아름다운 전원을 배경으로 한 매력적이고도 생생한 동물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이야기들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해학이 넘치는데, 단순하다는 측면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귀여운 동화에 불과한 것 같지만, 현실 세계를 반영했다는 측면에서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천진한 아기 동물들, 결벽증 있는 티틀마우스 아줌마, 성실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글로스터의 재봉사, 멍청한 오리 제미마, 음흉한 여우 신사, 불로소득으로 살아가는 올빼미 브라운 할아버지, 도토리를 줍기 위해 뇌물을 갖다 바치는 다람쥐들의 이야기 등 수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들은 인간 세계의 다양한 군상들을 귀엽고 재치 있게 반영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던 그녀가 가정교사의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그 시대의 전통적인 여성상에 맞서는 돌파구가 되어 주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외적 환경의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씨앗을 심고 물을 주어 그녀의 작은 정원을 정성스레 가꾸었다. 그렇게 탄생한 피터 래빗의 정원에는 시든 잎이나 마른 꽃이 없으며,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사심 없는 마음으로 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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