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회담 돌연 취소해 '중재외교' 위기 맞아
남북 핫라인 가동·주변 4강 정상 통화 등 해법 거론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면서 '한반도의 봄'을 외치던 문 대통령의 평화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고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접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열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밝혀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오히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더 크게 점치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방문해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한·미 정상회담도 잘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으로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에 이어 올해 들어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 운전자'로 평가받았다.
문 대통령은 북·미를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중재하는 방안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원 긴급회의에서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상 간 더욱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참모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받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도보다리를 걸으면 대화를 나눈 것처럼 양 정상이 직접 대화를 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을 통해 김 위원장을 설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설치된 핫라인은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북한이 25일 김계관 외무성 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북ㆍ미 대화를 촉구한 만큼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정상통화도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에는 정 실장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계획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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