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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북카페]태영호 '3층 서기실'은 金 역린 건드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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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북카페]태영호 '3층 서기실'은 金 역린 건드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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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솔직', '호탕', '젊은', '유머 있는', '귀여운', '생각이 트인', '새로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누군가를 표현하면서 사용한 말들이다. 유명 아이돌 가수나 배우가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이창현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국민대 1학년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지난 8일 전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라고 답한 학생은 정상회담 전까지 4.7%에 불과했다. 정상회담 뒤에는 48.3%로, 열 배 이상 올랐다. 반면 '부정적 이미지'라고 답한 학생은 87.7%에서 25.8%로 줄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학생들의 주관적 표현도 크게 달라졌다. 사전조사 때만 해도 '독재자', '핵', '잔혹함', '고도비만', '폭력적', '예측 불가능' 등 부정적인 말들이 주를 이뤘다.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은 만 19세∼21세의 106명. 여기서 사후조사에는 여든아홉 명이 응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9.80%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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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책이 나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다. 그는 영국 주재 공사로 일하던 2016년 8월에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공사는 대사 다음 서열이다. 탈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으로 주목받았다. 태 전 공사는 책에서 김 위원장을 "급하고 거친 성격"이라고 묘사한다. 우리 정부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5일 책을 내놓은 뒤 이레 만에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에서 사퇴했다.

아시아경제는 16일부터 22일까지 팔린 책을 대상으로 5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교보문고ㆍ인터파크ㆍ예스24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에 본지 문화부 기자들의 평점을 더해 집계했다. 1위는 태 전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가 차지했다. 그는 노예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주도해야 할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2위와 3위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가 각각 차지했다. 친숙한 디즈니 캐릭터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기계발 부문에서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6위)', '유튜브의 신(9위)' 등도 순위에 새로 진입했다.

이번 집계에서 눈에 띄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반딧불이'이다. 국내에서 2014년 8월에 출간됐다. 다시 주목받은 이유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의 원작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수록됐기 때문이다. 버닝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번외 성격의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카메라를 제외한 기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을 받았다. 무라카미는 "나는 때때로 이렇게 엄청나게 섬뜩한 소설을 써보고 싶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제목인 반딧불이는 하루키의 가장 사랑받는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모티프가 됐다. 책에는 단편을 쓰게 된 계기 등을 들려주는 '내 작품을 말한다'도 실려 었다. 무라카미의 초기 단편세계를 만날 수 있다.
태 전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3층 서기실'은 북한 주민들도 잘 모르는 조직이다. 그는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당 중앙 청사가 3층 규모인데, 가장 근접해서 보좌하는 부서라고 설명한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운영하는 조직인 셈이다. 태 전 공사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남북 화해 무드에 잠시 잊힌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가져온 회담의 성과를 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과 용단으로 돌린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2018년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평화적 환경조성의 시기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북한이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인 것은 이런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핵 문제만큼은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절감했으면 좋겠다."

태 전 공사는 책에서 북한의 온화적 태도가 충분히 예상돼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묘사했다. 그는 "2013년 7월 재개관을 앞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쟁기념관)에 화재가 발생했다.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부리나케 달려와 아직도 물바다인 지하에 구둣발로 들어갔다. 수백 명이 진화와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김정은은 '내가 그렇게 불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의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쌍욕을 했다"고 썼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남북 정상회담를 계기로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남북관계가 갑자기 북한의 대화 단절로 대북관계신중론이 대두되면서 태 전 북한공사의 책에 관심이 쏠렸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금서로 지정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젊은 독자층 사이에서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로 교보문고의 연령대별 판매에서 30대(21.4%)는 40대(19.3%)와 50대(19.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손민규 예스24 MD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종전 선언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주춤하는 분위기"라며 "북한 지배층의 실상을 폭로한다는 게 저자의 집필 의도로, 주장의 진위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많은 독자가 이 책의 내용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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