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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울린 서울 한복판 '한지붕 두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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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 앞 신축건물 지상1층·지하1층 두 개 편의점
편의점 시장 포화…편의점 근접 출점 논란 잇따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재건축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인 서울 용산역 앞. 신축 건물인 대우 푸르지오 써밋 1층에 들어선 편의점 문 앞에 '같은 건물 밑에 또 편의점, A사는 제발 멈춰주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긴 대형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편의점주 조모(55ㆍ여)씨는 지난 7개월간 남편과 12시간씩을 교대로 이 매장을 운영해왔다. 도로변에 위치한 몫 좋은 자리지만 인근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탓에 유동 인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손님이 입주민들이다. 650세대가 모두 입주하고 200여개의 상가 대부분이 텅텅 비었다.

월 임대료만 750만원. 그동안 부부의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지만, 날씨가 풀리면 매출도 늘 것으로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최근 산산이 깨졌다. 이달 25일 이 건물 지하 1층에 A브랜드 편의점 매장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김씨는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한참 돌아서 와야 하는 우리 매장과 달리 A사는 엘리베이터 바로 앞이라 입주민들이 대부분 지하로 갈 것"이라며 "어제 밤에 잠들 때 오늘 아침에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가정주부였던 김씨는 2015년 남편의 퇴직금을 털어 지인이 운영하는 경기도 일산의 편의점을 넘겨받으며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일산 점포의 가맹 계약이 끝나면서 CU가맹본부로부터 신용산점을 추천받아 자리를 옮겼다. 집 근처로 옮기면 부부가 일산을 오가며 쓴 교통비 20만원을 아낄 수 있어서다. 김씨는 "신축 건물인 만큼 다른 편의점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면서 "가맹 계약이 4년 넘게 남아 있어 가맹계약을 해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퇴직자 울린 서울 한복판 '한지붕 두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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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급격히 매장 수를 늘린 편의점시장이 최근 포화되면서 이른바 '한 지붕 두 편의점'으로 불리는 근접 출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선 세븐일레븐 편의점주가 경쟁사인 GS25가 54m 거리에 신규 점포 개설을 추진해 크게 반발하자 GS25가 해당 점포 개설 계획을 철회했다.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선 GS25가 자리잡은 건물 아래층에 세븐일레븐이 신규 출점하자 GS25 점주가 항의의 의미로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세븐일레븐은 여론이 악화되자 해당 점포를 폐점하기도 했다.

근접 출점 논란은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출점 경쟁의 결과다. 국내 편의점 5개사의 총 점포 수는 지난 3월 말 처음으로 4만개(4만192개)를 넘어섰다. 2007년 1만개를 처음 넘어선 편의점 개수는 2만개를 돌파하는 데 5년 가까이 걸렸지만 4년여 만인 2016년 초 3만개를 뛰어 넘은 데 이어 불과 2년여 만에 4만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편의점과 같은 가맹 사업의 근접 출점을 규제하는 법률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편의점 등 일부 가맹사업에 거리 제한을 두는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었지만 형평성 논란으로 2015년 폐지됐다. 이후 편의점 업계는 당시 공정위가 마련한 250m 거리 제한을 하고 있지만 이는 같은 브랜드의 경우로 경쟁 브랜드 간 근접 출점은 규제하지 못한다.

일각에선 같은 업종의 근접 출점 규제는 독과점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규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체가 무리한 출점을 하면 가맹점주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법률도 근접 출점을 규제하기보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을 살린다는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만들고, 지자체에서도 상 도의와 상 윤리에 맞도록 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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