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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환경보고서, 교과서적인 수준…산재 입증 위해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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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학계 "공정 흐름도 등 보고서 내용, 기초적 수준"
"사업주가 비용 대 작성된 보고서…신뢰 부족"
산업계 "일반인에게 공개될 경우 中업체로 기밀 넘어가"
"반도체 환경보고서, 교과서적인 수준…산재 입증 위해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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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지난 2월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이하 환경보고서)를 공개를 결정한 이후 삼성전자가 이에 영업비밀이 포함돼있다고 주장,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를 국가핵심기술 인정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학계에서는 환경보고서에 국가가 지켜야 할 핵심 기술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3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환경보고서에 기록된 반도체 공정 흐름도는 매우 교과서적인 내용이며 사용 성분 역시 기초적인 내용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공장 내부 모식도를 통해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간단한 측정 위치 정도를 알리는 수준으로 장비명, 자세한 레이아웃 알 수 없다"며 "이를 통해 일부 기밀을 알 수 있다 해도 고용노동부에서 보관하는 보고서에는 모식도가 빠져있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지금 와서 필요한 경우 본인이 열람하고 확인하도록 협조하고 있지만 열람은 법적으로 '보고만 가라는 것'으로 매우 제한적"이라며 "삼성이 문제가 커지기 전에 피해자에게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면, 제3자에게 공개하라는 것까지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은 2월1일 대전고법 항소심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노동자의 유족은 산재 입증을 위해 환경보고서를 공개하라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노동부는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으로 정부 지침을 개정했다.

그러나 산재 입증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종합편성채널 방송사 PD가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실이 알려져 '제3자 유출'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법원에 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도 보고서 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해 '인용' 통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작업환경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 정부가 지정한 반도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부는 지난 4월 삼성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환경 보고서 관련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건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측정보고서가 작성됐으며, 해당 법의 목적은 근로자 안전과 보건 증진으로 이는 정부의 책무"라며 "그 대표적 수단이 작업환경측정으로, 결국 사업주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에 대해 지도·감독해야할 정부의 책무가 적법하고 성실하게 이행됐는지를 근로자나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두원공과대 교수)은 환경 보고서 자체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방 위원장은 "환경 보고서는 사업자가 측정 기관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돼 있어 객관적일 수 없다"며 "사업자가 노동부에 비용을 내고 노동부가 객관적인 평가 기관에게 맡기는 식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 국장은 "중소 업체의 경우 노동부에서 비용을 지원해서 작업환경을 측정하도록 하고 있고, 점차 확대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의지는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다만 일부 국민들 걱정 많기 때문에 법원에서 해석을 내리면 거기에 따라 정보공개 범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삼성반도체 희생자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환경보고서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산업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황 씨는 "이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포함됐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훈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관은 "전문위에서는 기술적이며 공학적인 균형감을 갖고 있는 분으로 모셨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반도체 공학 전문가나 삼성전자 보건 담당자 등 산업계 쪽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당초 업계 전문가에게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고 실제 참석하기로 했는데, 막판에 갑자기 참석을 하지 못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와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공학한림원은 최근 밝힌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작업환경 보고서를 일반에게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학계와 산업계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며 "보고서에는 반도체 생산공정 레이아웃이 표시돼있는데 이는 생산성을 결정하는 핵심 정보이며,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돼 반도체 제조강국을 추구하는 중국 반도체회사로 유출될 것이 뻔히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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