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 3사가 중국 당국이 선정한 전기차 배터리 우수 인증 업체 명단(화이트리스트·白名單)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총괄하는 중앙정부 부처 수장이 23일 한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으로 불거진 배터리 분야의 금한령이 실질적으로 해제될지 주목된다.
여기에는 선전 비야디(BYD)와 허페이 궈쉬안테크, 톈진 리선, 베이징 궈넝신에너지 등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도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인 CATL은 명단에서 빠졌다. 두 기관은 오는 28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이달 말께 최종적으로 명단을 확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선정에 대해 향후 배터리 보조금 지급까지 이어질 수 있는 첫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화이트리스트가 사실상 첫 관문 격인데 한국과 중국이 공동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총괄하는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 부장(장관)이 문재인 정권 들어 처음으로 23~24일 한국을 방문하고, 앞서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중국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창신연맹이 우수 인증 업체를 뜻하는 1차 화이트리스트를 선정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 3사를 모두 포함한 것은 사드 이전의 한중 관계로 되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 명단에서 한국 기업을 제외하는 게 사드 갈등의 한 상징처럼 돼 있었고 우리 정부도 중국에 꾸준히 배터리 보복 해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먀오웨이 공신부장과의 한중 산업장관회의에서 배터리 보조금 지급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 초 노영민 주중 한국 대사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2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먀오 부장에게 배터리 규제를 풀어줄 것을 강하게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중국에서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2개 모델에 대한 형식 승인 신청이 이뤄졌지만 결국 탈락하는 등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공신부가 발표하는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과 달리 이번 1차 화이트리스트의 경우 실효성이 명확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배터리 금한령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배터리 규제 완화나 보조금 리스트와는 결이 좀 다른 것"이라며 "화이트리스트에 든다고 해도 인센티브가 있는 것은 아닌 걸로 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내 배터리 사업의 첫 관문이 잘 해결돼 긍정적"이라며 "다만 보조금 지급 단계로 연결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는 것이 포함되지 않은 것보다는 낫지만 보조금 혜택까지 함께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78만대로, 수입 전기차를 포함하면 86만대가 팔렸다. 올해는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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