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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만화가 쓴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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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와 통일의 염원을 담다…'평화카툰전'

박향미 '냉전빙수' 이현정 '통일이오면' 김평현 '한 마음 한 뜻' 모해규 '평화의 완성' 강일구 '공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향미 '냉전빙수' 이현정 '통일이오면' 김평현 '한 마음 한 뜻' 모해규 '평화의 완성' 강일구 '공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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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만 해도 대본소 만화와 만화잡지의 시대였다. 그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가 있다. 이 세대는 만화방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고, 기성세대가 그토록 불온시하고 금기시한 만화를 기필코 보고야 마는 끈기를 지닌 세대였다.

이들은 이현세가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그려낸 '까치'의 순정에 애달파 하고 이상무가 그린 '독고탁'의 휴머니즘과 장태산이 그려낸 사나이들의 우람한 근육들과 거친 선의 외침에 열광했다. 달리고 달리던 '하니'(이진주)에게 박수를 보내고, '영심이'( 배금택)의 고독한 뒷모습에 눈물을 삼켰다. 이두호의 덩더꿍은 또 어떤가? 운명을 거스르고자 했던 민초들의 투박한 삶의 모습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1987년 5월에 창간한 '주간만화'에는 가슴 뜨겁게 읽어 내려가던 스토리 만화가 다음 호를 기약하며 끝난 다음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등장하는 만화가 있었다. 카툰(cartoon)이라 불리던 한 컷과 네 컷으로 이루어진 짧은 만화이다. 까치나 독고탁처럼 개성적인 캐릭터는 없지만, 기발한 상상과 유머로 단번에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때론 가슴 아픈 현실과 치부를 노골적으로 한 컷에 드러내 가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그것은 만화 장르의 다양성으로 대표될 수 있는 1980~90년대 만화 시대의 보물들이었다. 그 당시 만화 장르는 스토리 만화가 대표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만화들이 포진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서 카툰은 스토리가 연결되는 만화와 다르게 독특한 재미와 매력이 있었다. 단순한 선으로 무한의 공간을 넘나들며 유머를 펼치기도 하고, 회화처럼 밀도 높은 그림으로 세상을 풍자해 독자들의 시선을 끌며 생각하게 만드는 카툰도 등장했다.

한국카툰의 1세대인 사이로, 김마정, 조관제를 비롯한 '서울카툰회'를 뒤이어 강일구, 신명환, 홍성일이 주축이 되어 만든 '카툰펀치' 모임도 만화잡지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카툰을 연재했다. 뒤이어 카툰을 거리로 들고나가거나 고정적인 온라인 연재를 했던 '엎어컷'도 있었다. 이러한 개별 카툰 모임은 후에 한국카툰협회로 모이게 되었다.
한국만화가협회 회장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을 지낸 조관제 한국카툰협회 회장은 '카툰은 문학의 시(詩)'라고 정의한다. 짧은 메시지로 강렬한 의미 전달을 하는 것, 그리고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은 카툰의 본류이다. 카툰은 이미지와 메시지의 강력한 전달을 위해 시간과 공간은 물론 형태까지 초월한다.

그동안 카툰은 노인인식 개선을 위한 전시를 비롯해,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고 한글사랑과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념하는 등 다양한 전시로 독자들을 만났다. 유머와 풍자를 담아 시대정신과 아픔을 함께 해온 셈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참을 수 없는 감동의 거대한 물결 앞에 힘을 보탰다.

바로 11년 만에 정상의 만남으로 물꼬를 튼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며 평화와 공존을 염원하며 붓을 들었다. 조관제, 사이로 등 원로작가들은 물론이고 강일구, 김평현, 김정겸, 박향미, 문천식 등 기성작가들과 신진작가들도 대거 참여한 '평화카툰전'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원화(原畵) 전시를 앞두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하루에 한 작품씩 선보이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현정은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평양냉면을 모티브로 하나 된 한반도를 형상화했다. 이 냉면의 이름은 '통일이오면'이다. 김평현은 얽히고설킨 퍼즐을 서로 맞추며 한마음 한뜻으로 이루는 통일을 형상화했다. 얼어붙은 냉전시대의 산물인 얼음 무기들을 시원한 빙수로 만들어버리는 박향미의 '냉전빙수'는 시원함을 넘어 통쾌하다. 단순한 선에 심오한 뜻을 쉽고도 강렬하게 담아내는 강일구는 마주 잡은 두 손의 미로를 나는 비둘기로 평화를 염원했다.

강일구는 "카툰으로 그린 세상은 안 되는 것이 없는 무궁무진의 세계이다. 이런 세계를 꿈꾸며 상상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너무나 재미난 일이다. 더구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카툰전은 통일의 미래를 준비하는 상(像)을 그리는 카툰전이라 정말 신나게 그렸다"라며 성공적인 평화 정착의 기회에 이번 카툰전이 기여하기를 소망했다.

이번 카툰전은 국내는 물론 해외 카툰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모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바라는 전 세계의 모든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시대는 변하여 만화 환경도 웹툰이 대세지만 묵묵히 세상을 향한 짧고도 굵은 메시지로 이야기를 건네는 카툰의 세계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감과 힘을 불어넣는 제 역할을 잊지 않고 있다.

이영우 기자ㆍ카투니스트 20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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