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피바람이 가자지구를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 라일라의 부모는 조촐하게 장례식을 치렀다. 아버지 안와르 알 간도르(25)는 "라일라의 희생은 예루살렘과 조국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발 내 딸을 데려가지 말라'라고 신에게 울부짖던 어머니 마리암(17)은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라일라는 예수살렘이, 팔레스타인이 무엇인지 알기엔 너무나 어렸다.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은 60여명 가운데 16세 이하는 8명으로 파악된다. 14세 딸을 잃은 아버지 림 아부 이르마나는 "딸이 죽은 그 자리 또는 할아버지의 무덤 옆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라일라의 죽음이 또 다른 분쟁의 선전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보복이 임박했다"고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시위대는 그녀를 순교자로 표현했다. 한 생명에 대한 순수한 슬픔이 정치적 광경과 뒤섞이는 장면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절망과 분노 속에서 분쟁의 역사는 반복된다.
이스라엘 출신 정치학자 일란 파페가 예루살렘 땅에서 오랜 분쟁을 종식할 해법으로 저서 '팔레스타인 비극사'에서 제시한 내용은 단순하지만 동시에 본질적이다.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것, 과거의 비극에 대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질 것. 그래야만 유대인과 아랍인의 평화적 공존이 가능해진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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