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전, 스마트폰을 만들어 파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사의 미래 정체성을 제조업도 서비스업도 아닌 데이터 기업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중요성에 새삼 주목하고 내부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 체제를 정착시키면서, 적극적인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통해 고객 만족과 이익 극대화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데이터의 취득은 영업이나 프로세스 조직에서, 데이터의 관리는 IT 조직에서, 그리고 데이터 분석은 분석 조직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이들이 공통으로 다루고 있는 데이터를 총괄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할 전문 조직이 없다면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직 내 데이터 관련 생태계 전반의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관련 이해 관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며 이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문화 정착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직면한 상황에 따라 근시안적으로 처리하거나 경영진의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과 예측에 따르면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성 프로젝트가 추진되거나, 궁극적으로 큰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이 단기간에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철회되기도 한다.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 결정이 중요한 것은 대부분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조직 내 의사 소통문화가 경직돼있고 구성원이 단기 업적주의에 매몰돼있으면 데이터와 미래 예측에 근거한 의사 결정보다는 기존의 하향식(top-down) 의사 결정 방식에 경도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여론을 악화시키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 일부 기업인의 '갑질' 사건들도 이러한 관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빅데이터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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