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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北해법, 폼페이오에 밀린 볼턴의 화풀이?

최종수정 2018.05.17 11:00 기사입력 2018.05.17 10:45

폼페이오, 일부 핵무기 이전 협상 '트럼프식' 해법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지난 4월9일 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미국이 템포 조절에 나섰다.'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고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블룸버그통신의 평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방송에 나와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발언을 두고 경고한 것에 대한 화답이라는 해석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에 주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이 만든 위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 제1부상의 경고 이후 서구 언론들은 볼턴 보좌관이 방송에 나와 특유의 강성 화법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분석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트럼프식' 북핵 해법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서도 읽힌다. 미국 CBS방송은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이 리비아식 해법에서 물러선 것이라고 표현했다.

볼턴 보좌관이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으로 이어진 리비아식 해법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는 서구 언론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야심에 볼턴 보좌관이 재를 뿌렸다고 표현했다. 폴리티코는 북한 전문가들을 인용, 볼턴 보좌관이 북ㆍ미 정상회담을 망치기 위해 고의로 한 발언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NSC 대신 대북 협상의 키를 쥔 반면 볼턴 보좌관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17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만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협상을 하며 미국의 요구를 전달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도 이 같은 관측과 일맥상통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요구는 일부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6개월 내 해외 반출이다.
반대급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가능케 할 계획이다. 이는 어떤 보상과 보장도 없이 핵을 일거에 포기하고 모든 핵시설과 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리비아식 해법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문은 북한과 미국이 6개월 내에 반출하는 수량에 대해 북ㆍ미 정상회담 전에 실무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트럼프식 해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이 북한이 꺼리는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하자 북한이 반발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볼턴 보좌관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도 불만의 대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해 정상회담의 판을 엎지 않으려는 의도를 엿보인 것일 수도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번 일로 볼턴 보좌관이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다 퇴출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주 초 외교가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사이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고 전했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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