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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얼굴 '정변'만 꿈꾸는 시대의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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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얼굴 '정변'만 꿈꾸는 시대의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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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초등학교 3학년인 큰 조카는 요즘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 자기 나이 때부터 제대로 관리를 받아야 얼굴이 '정변'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의미를 찾아보니, 정변은 인터넷상의 은어로 성인이 되고나서 예뻐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얼굴이 바르게 변했다는 뜻에서 '정변(正變)'이라고 한다니 반대로 못 생겨진 사람은 '역변(逆變)'했다고 한단다.
조카의 정변이란 말에 새삼 격세지감이 들었다. 내가 아는 정변은 갑신정변, 무신정변 등 정치적 격변이 일어난 사건에 붙이는 '정변(政變)'이다. 매해 5월16일이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이 단어는 '군사 쿠데타'란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 현대사 책에서 보통 정변이라고 하면 '5ㆍ16 군사정변'을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정변이란 표현을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격론을 펼쳐왔다. '5ㆍ16 군사정변'과 '5ㆍ16 군사혁명' 이란 표현을 두고 오랜기간 양 진영은 샅바싸움을 해왔다. '개발독재'란 단어로 압축된 한국현대사를 긍정과 부정 중 어느 시각으로 볼지 구분해주는 단어기 때문이다. 혁명(革命)으로 보는 쪽은 5ㆍ16이 현대 한국의 위상을 '정변(正變)'시킨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반대로 정변(政變)으로 보는 쪽은 현대 한국의 모든 사회문제를 '역변(逆變)'시킨 최악의 날로 규정한다.

이러한 양자의 시각 차이는 역사교과서까지 파고 들어가 양 진영 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정권은 특히 지난 박근혜 정권의 탄핵 이후 세워진 정권인만큼, 5ㆍ16과 그 유산들을 모두 적폐로 보는 부정적 시각을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ㆍ고교 현대사 교과서의 각종 표현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이유에는 이처럼 '어른들의 싸움'이 내재돼 있다.
하지만 최소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정변이든 혁명이든 아무 의미가 없다. 역사는 오로지 암기과목일 뿐인 나라에서, 그나마 수능 한국사에 등장하는 현대사 문제는 단 2문항. 이중 5ㆍ16 관련 문제는 나올까 말까다. 정작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내 얼굴이 어떻게 '정변'할지 고민하는 동안, 책을 만드는 어른들만 시대에 뒤떨어진 '정변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꼴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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