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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고대 로마의 군의관들, '메스'잡고 수술을 했었다?

최종수정 2018.05.16 16:06 기사입력 2018.05.15 14:10

폼페이 벽화에 나온 수술도구로 화살촉을 빼내는 로마 군의관의 모습(사진= 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십자군전쟁이 한참이던 11세기, 한 이슬람인 의사가 남긴 기록을 보면 당시 의학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다. 유럽인 의원이란 자가 성지순례객들을 치료하겠다고 왔는데 두통이 있는 사람에게 악령을 머리에서 몰아내야한다며 돌로 머리를 내리치다가 결국 환자가 숨을 거뒀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보다 1000년 전 유럽을 지배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군의관들은 메스를 잡고 외과수술을 했다. 아편 등 마약을 진통제로 써서 마취도 하고 각종 중증환자들의 수술을 도맡았으며, 미용목적으로 쌍꺼풀 수술은 물론 코 수술도 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고대 이집트와 중동, 그리스의 의료기술을 발전시킨 로마의 군(軍)병원이 주축이 돼 의료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영어로 병원을 뜻하는 'Hospital' 역시 라틴어 '호스피탈리스(hospitalis)'와 '호스피티움(hospitium)'이란 단어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이 두 단어의 원 뜻은 '나그네(Hospes)'를 맞이하는 숙소라는 의미였다. 고대 초기에는 신전의 신관들이 의사역할을 함께 도맡았기 때문에 신전 순례객들을 위한 병원이란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로마도시 폼페이에서 출토된 각종 수술도구들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로마제국 시대에는 특히 중세 기독교 사회와 달리 인체해부에 대한 터부시가 없었고, 정기적으로 콜로세움에서 죽어나가는 검투사들이나 전투 포로들, 사형수들의 시신을 해부용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학기술이 상당히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늘날 봐도 상당히 정밀한 수술도구들이 많이 발전한 이유도 잦은 해부와 실습이 가능한 환경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파묻힌 도시, 폼페이에서 출토된 여러 외과수술용 도구들이나 로마군 주둔지에서 나온 각종 수술도구들은 당시 로마의 의료수준을 가늠케해주는 유물들이다.

당시 가장 우수한 병원시설은 군병원 시설로 알려져있으며, 로마군에 전문적인 의료부대가 처음 생긴 것은 아우구스투스(Augustus) 황제 집권기인 기원전 30년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로마제국은 라인강부터 다뉴브강, 동부 팔레스타인 일대 전선까지 엄청나게 긴 국경을 가지고 있었고, 숙달된 병사 하나가 소중한 상황이었다. 기나긴 국경에 비해 병력 수는 60개 군단에 50만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한 전투에서 막대한 병력 손실이 발생하면 국경수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이에따라 최대한 부상병을 많이 살려서 오랫동안에 군에 복무시키는 것이 제국 전체 입장에서 훨씬 이득이었다.

폼페이에서 출토된 치과용 의료도구 모습(사진=핀터레스트)


군병원에 대한 투자와 병사들에 대한 위생과 영양은 체계적으로 관리됐다. 로마제국 전역의 군단 주둔지에는 군병원이 함께 배치됐으며, 500석 이상 대형병상을 가진 병원들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의료 물자들 또한 지속적으로 구비해놓아 비상시를 대비했다. 이로인해 당시 군인들의 평균수명이 민간인들보다 약 10년정도 길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로마의 군병원은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군병원시스템은 로마제국 말기로 들어서면서 차차 무너져갔고, 제국이 붕괴되고 중세초기 암흑기로 접어들면서 장기간 실전된다. 유럽의 의학이 다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시대 이후부터였고, 로마제국의 군병원만큼 유럽 전역에 병원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와 같이 로마제국을 다시 세워보겠다고 유럽 원정을 나섰던 근·현대의 독재자들도 상당수 부상병들을 그대로 내버려야했고, 이로인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로마군이 결코 전투력 하나만 가지고 유럽을 제패한 것이 아님을 역사가 증명해준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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