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으로 기억한다. 아이를 키우다 복직한 해였기에 이 표현은 꽤 인상깊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주위를 더 살피고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육아의 짐을 유독 '엄마'에게만 지운데다가 벌레(蟲)에까지 빗댄 표현은 못내 찝찝했지만.
그 와중에 '노하우'를 묻는 이 초보 엄마의 SOS는 새삼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는 글 말미에 "아이디어 모아서 10가지 꿀팁 같은것을 만들자" 라고도 적었다. 그 순진무구한 부탁에 사람들은 댓글로 본인의 방법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식당에 아이 줄 음식을 요청하는 대신 주먹밥이며 밥전을 준비해 다니고 식사 후에는 바닥을 물티슈로 싹싹 닦으라는 솔선수범형 조언부터, 국 담은 보온병이나 비닐장갑을 챙기라는 아이템형 제안, 아이가 통제되기 전 까지는 아예 외부활동을 자제하라는 인내형 충고까지. 예측 가능한 내용이었지만 맘충이라는 키워드를 둘러싸고 봤던 수많은 문장 가운데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해결방법을 궁리한 첫 사례로 나는 기억한다. 육아란 게 그렇게까지 조심할 일인가 우려되는 부분도 있으나, 벌레 들먹여 가며 손가락질하고 '늬들도 키워보라'는 논리로 반박하는 것 보다는 건설적인 분위기로 느껴졌다.
맘충 스토리가 공분을 먹고 사는 '썰'로 소비되는 사이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아이를 잘 키워보려는 부모들은 침잠한다. 내 얘기도 아니건만 누군가의 일갈에 움츠러든다. 지난달 소설가 박민규가 한 언론사 칼럼(기레기 울어예는)에 적었던 문장이 떠올라 일부 단어를 바꿔 그를 인용해 본다. "맘충이란 말에 상처받을 맘충들은 단 한 명도 없다. 오직 '엄마'들만이 맘충이란 말에 상처받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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