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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평화체제 구축, 주도권은 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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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한국은 왜 미국과 손 잡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고집하나. 사드 배치가 한국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인 손님인 것을 단번에 눈치챈 택시기사가 말했다. 질문을 가장한 시비조로 느껴졌다. 한ㆍ중 긴장 관계가 풀리면서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반감도 많이 누그러졌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난감해지곤 한다. 대답을 머뭇거리는 나에게 기사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한국은 미국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아시아의 많은 지역들이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양국이 무역 이슈를 놓고 충돌하는 사이 수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슴을 졸이며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매년 30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이 나올 정도니, 한국 입장에서는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경제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처지다. 3일부터 시작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 경제ㆍ통상 대표단의 중국 방문 일정이 미, 중 어느 쪽의 손실도 없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대만 입장도 곤란하게 됐다. 가뜩이나 대만 집권당이 '92공식(九二共識ㆍ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의 합의)'을 수용하지 않아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미국과 외교적으로 부쩍 가까워진 분위기는 예민해져 있는 중국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중국이 도미니카공화국에 대만 수교를 끊고 중국과 새로 수교를 맺게한 것이 '92공식'을 수용하지 않은 대만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기도 하지만, 대만을 중국과의 힘겨루기를 위한 '장기판의 졸' 로 여겨 왔던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ㆍ태평양 구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인도는 밀월 관계에 있는 미국과 앙숙이지만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반도 비핵화 이슈에 전 세계 관심이 쏠려 있던 지난달 27일과 28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비공식회담을 갖고 급속 화해모드로 전환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ㆍ태평양 구상'과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서로 상충되는 상황에서 인도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중국의 지속적인 제안에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순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변수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설까지 나올 정도로 미국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황에서 툭 하면 불거지는 '차이나패싱' 우려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중국은 여러차례 외교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반도 화해ㆍ협력과 평화ㆍ안정 노력에 축하와 환영의 뜻을 표하고 일관된 지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갑작스런 북한 방문 목적이 북미 정상회담 뒤에 중국이 낀 4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주도권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남북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 한국과 북한에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분위기에 무엇이 이익이고 손해인지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과 북한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주변국을 설득하고 조율하며 중심을 지키는 일이다. 한반도 이슈에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주변 국가들이 국제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강국들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우리는 모두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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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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