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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약-하]신약개발하고도 낮은 藥價에 수출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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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절대부족, 개발 성공해도 수익성 적어 포기 '악순환'
-국내 약값 적게 책정되니 해외서 가격 협상력 손실하기도
-법인세 등 세제혜택 절실…정부 통합지원책 결실 맺어야
[위기의 신약-하]신약개발하고도 낮은 藥價에 수출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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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정당한 약가가 뒷받침돼야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제약사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부분이 세제 지원이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이 확대돼야 한다."
이정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 유한양행 대표)의 말대로 국내 제약ㆍ바이오업체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기업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 4~5년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라는 목표는 여전히 높다. 기업의 R&D 노력에 더해 정부의 R&D 투자 확대, 세제 지원, '적정한' 약가 보상, 국산 신약 사용 촉진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힘 못 쓰는 국산 신약= 지난 13일 한미약품 의 폐암 신약 '올리타' 개발 중단 결정은 국산 신약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올리타 개발 중단은 기술 수출 무산, 신약 경쟁력 저하, 임상환자 모집 난항, 안전성 등이 얽히고설킨 문제다. 한미약품은 경쟁사인 다국적 제약사보다 개발 속도가 늦어 후발주자로서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전 세계 40개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건강보험 급여까지 받았다. 한미약품이 최종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 3상 시험에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해도 시장을 선점한 타그리소의 벽을 깰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역사는 짧고, 이미 성숙한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운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절대적인 R&D 비용도 적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국내시장에서의 임상 데이터나 사용 실적 부족 등으로 글로벌 진출 역시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2~2016년 건강보험 청구 실적 상위 100대 의약품 가운데 국내 제약사 제품의 비중은 34.4%에 불과했다. 상위 100대 품목 중 국내 제약사 제품의 개수는 2012년 43개에서 2017년 41개로 줄었다.

◆적정한 약가ㆍ세제 지원 필요한데=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진출 걸림돌로 꼽는 요인 중 하나는 낮은 약가다. 국산 신약을 수출할 경우 수입국은 우리나라의 약가를 참고하는데, 국내 약값이 낮게 책정되다 보니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약값보다 비싸게 팔 수 없어 가격 협상력을 잃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는 수익성이 낮아 터키 수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 개발된 약과 복제약 등 대체재의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약값을 결정한다. 보험 등재 후에도 추가 적응증, 사용량, 복제약 등재 등에 따라 가격이 깎이는 구조다. 국산 신약이든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이든 신약 가치와 R&D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신약 보험 약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가의 45% 수준이다. 미국 제약협회 역시 우리나라의 약가제도를 보완하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통상 압박을 하고 나서 국내 제약사가 기댈 언덕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세제 지원도 목마르다. 제약업계는 국내 업체들이 임상 2상 단계에서 해외로 기술을 수출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를 반영해 기술이전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제12조에서는 내국인(기업) 간 기술이전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5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해준다. 이를 신성장동력ㆍ원천기술로 지정된 11개 분야에 한해서라도 외국 기업과의 거래까지 범위를 넓혀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는 형평성 문제를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범부처 신약 개발 전주기 지원 사업은 한 발 앞으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보건ㆍ의료 R&D 지원을 통합해야 한다고 판단해 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현재 보건ㆍ의료 R&D 지원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뉘어 있다. 신약 개발은 후보 물질 탐색부터 임상 1~3상을 거쳐 전주기로 지원해야 하는데, 3개 부처로 갈리다 보니 제때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범부처 신약 개발 전주기 지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연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25일 관련 부처, 업계 관계자, 전문가 등이 모여 첫 회의도 했다. 양성일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R&D 지원이 연계가 잘 되면 동일한 비용이라도 투자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면서 "3개 부처가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분야는 전주기로 지원할 텐데 신약 개발 단계상 대부분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건ㆍ의료 R&D 지원 금액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승인 제약협회 상무는 "제약사가 R&D 성과를 내고 글로벌시장에서 거둔 이익을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정부의 R&D 예산이 20%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보건ㆍ의료 R&D 예산은 전체 예산의 8%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은 24%, 영국은 23%, 벨기에는 40% 가까이 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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