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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무역전쟁과 관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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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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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 시대의 무역전쟁이 뜨겁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수입산 철강 등 2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자, 중국 시진핑 주석도 5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응수했다.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10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시사하자, 그 다음 날 중국 상무부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대대적 맞대응을 경고했다. 가히 용호상박의 형국이다.

세계열강 G2의 철강무역에서 시작된 통상전쟁은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포드, GM 등 자동차업계의 주가는 물론이거니와 핫코일 원자재 가격, 철광석 운반에 사용되는 벌크선 운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은 미국 곡물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는 2.09%, 중국 상하이지수는 3.94% 각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승자와 패자 구분 없는 난전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관세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2000년 국내 마늘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마늘에 대해 2년간 최고 3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는데 중국은 바로 한국산 휴대전화의 긴급 수입중단으로 맞대응했다. 결국 진통 끝에 중국산 마늘을 3년 간 30~50%의 낮은 관세율로 사오는 조건으로 휴대전화 수입중단이 원상복구 됐다. 이뿐만 아니다. 2013년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하여 2016년 승소판정을 받았으나 아직 실효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올해 3월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하여 25%의 고율 관세부과를 선언했다. 신속한 추가협상으로 위 조치에서 제외됐지만, 최근 3년 평균수출액의 70% 수준으로 쿼터가 설정됐다.

관세는 가장 오래된 조세 중 하나이다. 신약성서에서도 “삭개오(Zaccheaus)라는 자는 세관장으로서” 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관세를 의미하는 'Tariff'의 기원은 16세기 스페인 요새 'Tarifa'에서 유래한다. 'Tarifa'에 근거를 둔 무어인 해적들이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으로부터 공물을 강제로 수탈했는데 그 지명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반면, 관세를 뜻하는 다른 단어인 'Zoll'의 어원을 그리스어로 최종 지불을 의미하는 't?los'와 라틴어로 조세를 뜻하는 'teloneum'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옛날에 상품이 도로나 다리 등을 최종 통과할 때 관세가 부과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징수권자의 통치의 상징인 관세의 역사가 유구하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관세의 역사는 18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정부는 강화도조약에 따라 부산을 개항하면서 그 해 두모진에 '해관'을 설치하여 관세를 징수하였다. 이를 기려 관세청 흉장에도 1878년이 새겨져 있다. 1949년에는 유럽 선진국들의 관세제도를 참조하여 독자적인 관세법이 제정되었다. 1948년에는 재무부 세관국이 설치됐고 수출입 물동량의 폭증으로 1970년에는 관세청이 개청됐다.
관세는 '재정수입 확보'와 '국내산업 보호'의 2가지 기능을 양대 축으로 한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재정수입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동종 또는 유사품을 생산하는 국내 산업도 보호된다. 일단 관세가 부과되면 그 효과는 즉시적이고 사후교정은 제한적 의미만 가지므로 관세는 산업정책 도구로 활용될 유인이 강하다. 그러나 자국 이익만을 도모하는 관세부과는 국가간 교역을 위축시켜 모두에 대한 손실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논의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세계무역기구(WTO), 세계관세기구(WCO)이다. 서구열강들의 무역전쟁이 세계대전의 원인이 됐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관세인하 및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통한 국제무역의 확대를 위해 1944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설립됐다. 1995년 GATT가 WTO로 이행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유럽국가들의 주도 하에 1952년 관세협력이사회(CCC)가 설립됐고 CCC는 1995년 WTO의 탄생에 발맞추어 그 명칭을 WCO로 변경하였다. 한편, 회원국의 이해충돌로 최근에는 WTO 다자간 협정의 개정이 답보상태에 빠짐에 따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대세가 됐다. 이처럼 관세와 관련한 국제적 움직임도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우리나라는 1967년 GATT, 1968년 CCC에 가입했고 2002년 칠레와 FTA를 최초 타결한 이래 2018년 4월 현재 52개국과 FTA를 체결한 개방형 얼리버드이다.

열강의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향후 관세정책의 조타수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우리나라는 국제규범의 적극적 수용과 국제공조의 확대 및 통관의 효율성 강화 등 관세정책의 기조를 30년 넘게 유지해 오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낮은 관세율(2016년 기준 실효관세율 1.4%)로 인해 정책수단으로서의 유용성이 약화되었고,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 국제관계에서 과감한 관세정책을 운용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비관세장벽은 WTO 체제 하에서 현저하게 낮아졌고, 통신이 발달하면서 관세율의 적은 변화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국산업을 피폐화시키는 불공정무역에 대한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등은 여전히 유효한 정책수단이 된다. 무역원활화라는 세계적 관세정책 흐름에 부응함과 동시에 우리 관세행정의 독자적 장점을 극대화하는 온고지신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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