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이은결 수습기자] "평화라는 글씨가 새겨진 '노란색 군사분계선(MDL)'의 아이디어는 제가 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설득해 MDL을 넘게 한 당사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습니다."
이 노란 선이 오는 27일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재현될 수 있을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MDL 횡단 이벤트를 기획했던 오승록 전 청와대 의전행정관은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아이디어가 백범 김구 선생의 도보 방북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1948년 4월 김구 선생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지도자 연석회의에 참석하려고 38선을 넘던 사진이 생각났다"는 설명이다. 오 전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이 차를 타고 MDL을 통과하면 밋밋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직접 걸어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며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자주 개성을 방문했는데 당시엔 군사분계선 표식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은) 합의된 사안이 아니니 걱정이 됐다"며 "앞서 비밀리에 방북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북측을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 전 행정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셨다면서요' 하고 아는 척을 했다"며 "그때야 노 전 대통령도 이게 큰 사건이었다는 걸 실감하고 돌아와서 제게 훈장도 수여했다"고 회상했다.
오 전 행정관은 현재 오는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노원구청장 예비후보로서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이번 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오 전 행정관은 "문 대통령은 요란한 스타일이 아니라 (이벤트보다는) 회담의 내용과 성과에 충실할 것"이라며 "2007년엔 대통령 임기 말에 회담이 이뤄져 합의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엔 임기 초에 하는 만큼 회담의 성과와 합의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방남 이벤트를 어떻게 조언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오 전 행정관은 "김정은이 판문점으로 넘어오기 전에 전 세계를 상대로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이 아닌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며 "'평화 정착을 위해 전 세계의 힘을 모아달라, 그런 방법을 찾기 위해 남측 지도자와 노력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넘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이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한 발을 내딛는다'라고 말하면서 판문점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이은결 수습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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