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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선' 걸어 넘은 盧, 처음엔 퇴짜…밀어붙여 흥행시킨건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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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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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록 前 청와대 의전행정관 회고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이은결 수습기자] "평화라는 글씨가 새겨진 '노란색 군사분계선(MDL)'의 아이디어는 제가 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설득해 MDL을 넘게 한 당사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습니다."
2007년 10월4일 오전 9시3분, 비무장지대(DMZ)에 그어진 노란 선을 마주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금단의 선으로 여겨지던 MDL을 분단국가인 한국의 대통령이 걸어서 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노란 선을 건넌 노 전 대통령은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이 다녀와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노란 선이 오는 27일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재현될 수 있을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MDL 횡단 이벤트를 기획했던 오승록 전 청와대 의전행정관은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아이디어가 백범 김구 선생의 도보 방북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1948년 4월 김구 선생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지도자 연석회의에 참석하려고 38선을 넘던 사진이 생각났다"는 설명이다. 오 전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이 차를 타고 MDL을 통과하면 밋밋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직접 걸어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며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자주 개성을 방문했는데 당시엔 군사분계선 표식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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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애초 이 같은 이벤트에 반대했다. '노란색 MDL'에 거부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지로 성사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 전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은 인위적이라고 퇴짜를 놨다"며 "너무 안타까워 당시 회담 준비위원장이던 문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북측과 합의된 사안이라고 보고했다"고 비화를 털어놨다.

그는 "(사실은) 합의된 사안이 아니니 걱정이 됐다"며 "앞서 비밀리에 방북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북측을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 전 행정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셨다면서요' 하고 아는 척을 했다"며 "그때야 노 전 대통령도 이게 큰 사건이었다는 걸 실감하고 돌아와서 제게 훈장도 수여했다"고 회상했다.

오 전 행정관은 현재 오는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노원구청장 예비후보로서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이번 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오 전 행정관은 "문 대통령은 요란한 스타일이 아니라 (이벤트보다는) 회담의 내용과 성과에 충실할 것"이라며 "2007년엔 대통령 임기 말에 회담이 이뤄져 합의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엔 임기 초에 하는 만큼 회담의 성과와 합의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방남 이벤트를 어떻게 조언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오 전 행정관은 "김정은이 판문점으로 넘어오기 전에 전 세계를 상대로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이 아닌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며 "'평화 정착을 위해 전 세계의 힘을 모아달라, 그런 방법을 찾기 위해 남측 지도자와 노력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넘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이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한 발을 내딛는다'라고 말하면서 판문점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이은결 수습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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