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지난달 국내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쓴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80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代工)이 국내 면세상품을 싹쓸이한 결과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이후 한국 면세점들의 다이궁 의존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면세업계는 구매력 높은 외국인의 대부분을 다이궁으로 보고 있다. 내ㆍ외국인을 포함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 중 75~80% 가량이 중국인이다. 현재 면세점을 방문하는 중국인 고객의 90% 이상이 다이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당 평균 매입액이 최고 기록을 썼다는 건 다이궁들의 객단가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것과 직결된다"며 "한한령 이전까지만 해도 객단가가 300달러 수준이었는데, 1년 전부턴 600~700달러까지 오르더니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800달러를 찍었다"고 설명했다.
A 면세점 관계자는 "자체 분석해보니 다이궁의 주도 하에 전체 매출이 늘어났고 개인 관광객 매출은 1~2%만 증가했다"며 "특히 3월8일 '부녀자의 날'을 맞아 중국 여성들 사이에 인기 높은 한국 화장품 선물을 많이 주고 받은 덕에 보따리상들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구매해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이궁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자 면세업계는 '송객 수수료'(관광객을 데려오는 대가로 여행사 등에게 상품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돈) 손질에 나섰다. 다이궁들에게 구매하는 제품별로 수수료율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 다이궁이 면세점 큰 손으로 부상한 이후 지나친 수수료 부담이 결국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B면세점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다이궁들이 구입하는 브랜드와 품목을 일별로 분석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에 따라 송객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해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재고 관리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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