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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직주근접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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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유난히 자타칭 전문가가 많은 부동산 시장에서 다들 입을 모아 얘기하는 '좋은 집'의 조건이 있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울 것. 직주근접(職住近接)이다. 소음ㆍ분진 문제에도 불구하고 큰 길 버스정류장 근처나 역세권 아파트들이 힘을 받는 이유도 비슷한 배경에서다.

오랜 시간 직주근접은 사는 곳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막연히 집 값을 구성하는 하나의 공식 같이 느껴졌다. 직주근접의 정도를 숫자로 환산해서 어떤 연산을 하고나면 집값이 결정될 것만 같은 위엄. 하지만 기자 개인에게는 공기좋고 조용한 환경이 직주근접에 우선했기 때문에 약간은 멀게 생각되던 가치.
그러나 생활 시계가 바뀌니 얘기가 달라졌다. 기자가 다니는 신문사는 석간 체제로 매일 새벽 6시~6시30분까지 근무지에 도착해 오후 5시~5시30분께 퇴근한다. 해도 뜨지 않은 시각 일하러 나가는 것이 가끔 고달팠지만, 교통체증이나 만원(滿員)버스는 대체로 피해왔다. 국토교통부 브리핑이나 오찬, 취재 일정으로 세종시를 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날은 부동산부 발령 후 얼마되지 않아 국토부 대변인실에서 얻어온 각종 자료와 두꺼운 사례집, 출퇴근길 KTX에서 읽겠다며 야심차게 가지고 다니던 부동산 관련 서적, 노트북 짐으로 가방과 두 손이 가득 찬 어떤 하루였다. 세종청사에서 오송역까지 버스, 다시 서울역까지 KTX. 오후 7시가 다 돼 도착한 서울역 인근 도로는 이미 주차장 상태. 꽉 찬 버스에 서서 구겨진 상태로 평소 20분이면 될 거리를 1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는 걸어가기 힘든 거리여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데 워낙 길이 막히다 보니 역시나 늦어지고, 승객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았다. 일을 마친 후로부터 4시간을 넘겨가는 퇴근길. 산을 깎아 만든 아파트를 향해 마을버스가 비탈길을 오르는 동안 속으로 내 안녕을 기도했다.

직주근접은 이런 것이었다. 집값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의 일상 피로를 조금이라도 더는 것. 그저 일을 하고 집으로 향했을 뿐인데 역세권에 살지 못하는 내 처지를 자꾸 비관하지 않도록 하는 것. 해서 권해본다. 김현미 장관을 비롯한 국토교통부 고위 공무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가끔은 관용차량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 러시아워를 통과해보기를. 집이, 교통이, 정책이 달리 보일 것을 확신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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