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는 최근 한 입주민으로부터 500㎖ 생수 200병을 기부받았다. 익명으로 생수를 전달한 이 입주민은 관리사무소에 "항상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고생하는 택배 기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우리 아파트를 찾는 택배 기사들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한 입주민이 택배 기사 등 입주민 편의를 위해 아파트에 출입하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생수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요즘 아파트 택배 갑질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반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입주민도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조모(30ㆍ여)씨는 요즘 마트에 들를 때마다 과일 주스를 한 상자씩 산다. 매일 자신의 집에 물건을 배송하러 오는 택배 기사를 위해서다. 인터넷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조씨의 집엔 매일 택배 기사가 찾아온다. 대가를 지불하고 배송을 의뢰하는 것이기에 그동안 고마운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지만 최근 불거진 '택배 갑질 논란'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조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택배 논란을 보며 돈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지만 서로 존중이 필요하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매일같이 내가 시킨 물건을 배송하느라 애쓰는 기사님을 위해 문 앞에 주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택배 기사를 위한 무료 카페를 운영하는 주민이 화제가 됐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전주 모 아파트 주민이 택배기사에게'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믹스커피와 티백 등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마련된 작은 카페의 사진이 게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갈등이 오히려 순기능으로 나타난 좋은 예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 문화가 존재하던 사회"라며 "사회적 갈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던 이들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 같은 공감대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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