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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 "'다리 몽둥이가 부러진들 어떠랴' 각오로 무대 섰어요"

최종수정 2018.04.17 20:16 기사입력 2018.04.17 20:05

25년 만에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연극 무대

최불암 "'다리 몽둥이가 부러진들 어떠랴' 각오로 무대 섰어요"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제가 정말 부르짖고 싶은 삶이 이것입니다. '다리 몽둥이가 부러진들 어떠랴'하는 각오로 무대 위에 섰어요."

배우 최불암(78)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 "사는 게 뭔지, 삶의 가치나 이유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18일부터 5월 6일까지 이곳에서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관객과 만난다. 1993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각색한 연극 작품 '어느 아버지의 죽음' 이후 오랜만이다.

"내가 이 역할이 될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나이가 드니 자꾸 대사를 잊어버려요. 몇 초만 어긋나도 문제가 생기는 무대 위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을까, 20~30살씩 차이 나는 후배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을까, 연극이 진행되는 보름간 건강이 잘 유지될 것인가 등이 고민이죠."

최불암은 솔직하고 담담했다. 그는 "어제 (KBS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촬영을 하면서도 계속 이 생각 뿐이었다"며 "대사도 계속 중얼중얼 해 보고요. 사실 제 나이는 이미 연극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렸죠. 무대 계단 오르기도 힘든걸요"라고 했다.
하지만 작품이 그를 연극 무대로 불렀다.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2016년 초연한 연극 '아인슈타인의 별'을 재구성했다. 최불암은 당시 초연을 눈여겨 본 후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별'과 같이 누구나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절망보다는 존재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돌아봤다.

최불암은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인'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저마다 힘든 사연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들에게 "눈을 감아보라. 별은 바로 여기, 우리에게 있다"며 위로한다.

그는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즐겁게, 사는 맛을 살리며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 너무 물질, 성공, 개인주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라며 "며칠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또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하루에 평균 36명이 자살한대요. 그걸 보고 내가 '이 연극을 하길 잘했구나'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작품 계획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그는 "백세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벌써 80세인걸요. 아주 노인 역할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누가 '이게 고별 작품이냐'라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답하겠지만, 이 작품이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란 느낌은 들어요"라고 언급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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