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에 대해 외신들도 '갑질(Gapjil)'이란 단어를 신조어로 등재시키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 및 아시아 지역에서 특이한 형태로 발생하는 오너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한국사회의 사회적, 제도적 후진성을 비웃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이 과거 신조어로 등재했던 우리나라 단어들도 주로 갑질과 연관돼있다. 지난해 5월, 김무성 의원이 공항 입국장에서 여행용 가방을 수행원에게 밀어 넘겨주는 이른바 '노룩패스' 논란이 일었을 때,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한국 중년 남성들의 권위의식과 관련해 '개저씨(gaejeossi)'라는 단어를 등재한 바 있다.
특히나 한국의 계약서 상에 등장하는 갑(甲)과 을(乙)에서 파생된 '갑질'이란 단어는 외국인들 입장에서 번역에 매우 애를 먹는 단어일 수 밖에 없다. 정확하게 뜻이 통하는 단어를 찾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갑질을 최대한 원뜻에 근접하게 영어로 표현하면, 'boss somebody around'나 'lay down law to', 'power trip' 등의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이 표현만으로 갑질이란 단어에 내재된 사회구조적 문제점과 갑이 부릴 수 있는 횡포를 100%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을 통해 이런 한국의 신조어들을 받게 되는 외국인들 입장에서, 재벌, 갑질, 개저씨 같은 신조어들이 기존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강화시키는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주의와 산업화의 역사가 일천한 아시아 지역들의 시민의식이나 기업문화가 아직 미개하여 발생하는 리스크 정도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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