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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이 분노조절장애? 돈이라는 막강 권력에 취한 것"

최종수정 2018.04.16 07:57 기사입력 2018.04.15 18:38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15일 SNS에 글 올려 주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갑질' 논란을 빚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심리 상태가 흔히 생각하듯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라 돈이라는 막강한 권력에 취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심리 치유로 유명한 이명수 '치유 공간 이웃' 대표는 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계정에 '분노조절장애는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는 글에서 이날 오마이뉴스 등에서 공개된 조 전무의 추가 갑질 음성 파일에 대해 "누구말마따나 사람의 목소리라고 믿기 힘들었다. 자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소리였다"며 "저렇게 소리지르다 제풀에 죽겠다며 분노조절장애 같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분노조절장애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제보자들에 따르면 조현민의 지랄행은 매우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럼 매순간 분노조절장애로 고생했을까. 아니다. 회장 아버지나 자기보다 힘이 센 권력자 앞에선 사랑스러운 믹내딸, 예의바른 기업 임원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며 "우리가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르는 일들은 권력관계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돈이 아주 많거나 재능이 많거나 인기가 많거나 막강한 권력을 가지면 자기효능감이 극대화된다. 자기경계가 무한하게 확장된다. 거칠 것도 없고 멈칫할 것도 없다"며 "심리적으로 거의 마약에 취한듯 알몸으로 내달린다. 그게 얼마나 이상한지 당사자들만 모른다.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연예인, 정치인, 재벌의 어떤 행태들이 딱 그런 거다. 조현민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조현민 같은 이들에겐 돈이든 자리든 신체든 실제적으로 위협이 될 만한 무엇이 있어야 지랄행이 견제된다. 그래야 분노조절의 필요성을 느낀다"라며 "그러지않으면 시간이 좀 지난 다음 전 국민적 물벼락 사건을 낄낄대며 희롱하다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웃으며 돌아온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조 전무는 최근 한 광고기획사와의 회의에서 실무자에게 물을 끼얹고 몸을 밀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날 오전엔 조 전무가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6분여간 고성으로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추정되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는 등 추가 갑질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조 전무는 휴가차 해외 체류 중이었다가 갑질 파문이 일자 이날 오전 일찍 귀국해 대국민사과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 대표가 올린 글 전문.

<분노조절장애는 없다>

누구말마따나 사람의 목소리라고 믿기 힘들었다. 자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소리였다. 조현민이란 자가 사무실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로 발광하는 음성파일을 들으면서 착잡하고 끔찍했다. 저렇게 소리지르다 제풀에 죽겠다며 분노조절장애 같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분노조절장애 아니다.

개인적으로 분노조절장애라는 진단 자체를 믿지 않는다. 도로위 운전 다툼으로 오토바이 탄 사람을 차로 밀어 버리고 층간소음 때문에 윗층에 쫓아 올라가 사람을 찌르면 분노조절장애라고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일을 힘들게 하는 안일하고 속편한 진단이다. 술먹고 성폭행한 남자에게 '사람이 무슨 죄냐. 술이 웬수지'라며 음주폭행이라는 이유로 정상참작을 하는 판결과 다르지 않다. 만일 이 물벼락 사건이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조현민이 분노조절장애 진단서를 첨부해 자신이 저지른 지랄행(行) 뒤에 숨어 조절장애 환자然하면 그뿐이다. 장애가 있다는 데 어쩔건가. 정상참작 해야지.

제보자들에 따르면 조현민의 지랄행은 매우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럼 매순간 분노조절장애로 고생했을까. 아니다. 회장 아버지나 자기보다 힘이 센 권력자 앞에선 사랑스러운 믹내딸, 예의바른 기업 임원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르는 일들은 권력관계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다. 미국의 슬럼가에선 자동차 접촉사고로 인한 다툼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시비가 붙었을 때 바로 총으로 해결할까봐 겁이 나서다. 지금처럼 진단하면 김정일이나 김정은은 타고난 분노조절장애 환자여야 옳다. 그들은 어떤 견제도 받지 않았고 상한선도 없었다. 최순실이 비선실세일 때 있었던 그의 갑질들은 분노조절장애라고 진단 붙여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분노조절장애자가 된다. 분노를 조절 못해서가 아니라 조절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지금 최순실은 감옥에서 분노조절 잘하고 있다.

몇 년 전 '명의회손' 사건으로 사람들 입방아에 올랐을 때 조현민은 사석에서 '내가 그 명의회손이잖아'라며 킥킥댔단다. 사람들 눈 신경 안 쓴다는 거다. 쓸 필요 없다는 거다. 재미난 소재에 불과하다는 거다. 이번 사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거다. "사람들이 하두 물컵 던진다고 개난리들을 쳐서 이제는 아랫것들이 잘 먹어보지 못하는 망고칵테일 쥬스를 던지잖아 내가" 아마도 그런 식으로. 비아냥 아니다. 조현민이 음성파일에서 '니네 장난하냐? 사람 갖고 장난 쳐? 난 미치겠어 진짜'라고 길길이 뛰는 걸 보고 장난아니게 추론한 거다.

땅콩회항 갑질로 잠깐 감옥살이까지 한 그의 언니도 시간이 지나자 부사장에서 사장이 되어 금의환향하듯 조현민도 그럴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와 니들은 다르다는 생각이 뼛속 깊어서다. 돈이 아주 많거나 재능이 많거나 인기가 많거나 막강한 권력을 가지면 자기효능감이 극대화된다. 자기경계가 무한하게 확장된다. 거칠 것도 없고 멈칫할 것도 없다. 심리적으로 거의 마약에 취한듯 알몸으로 내달린다. 그게 얼마나 이상한지 당사자들만 모른다.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연예인, 정치인, 재벌의 어떤 행태들이 딱 그런 거다. 조현민도.

북유럽 어느 나라에서 기업회장에게 과속으로 인한 교통범칙금을 1억 넘게 부과한 적이 있었다. 몇 천 억원의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회당 10만원 정도의 범칙금은 간에 기별도 안가니 소득에 따라 본인이 부담이 될 만한 금액을 내게 한 거다. 일종의 견제 장치다. 조현민 같은 이들에겐 돈이든 자리든 신체든 실제적으로 위협이 될 만한 무엇이 있어야 지랄행이 견제된다. 그래야 분노조절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지않으면 시간이 좀 지난 다음 전 국민적 물벼락 사건을 낄낄대며 희롱하다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웃으며 돌아온다. 반드시. 그 황당한 분노나 모멸감은 온전히 보는 사람의 몫이 된다. 생각만해도 뚜껑이 열린다. 사람들이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들은.

(덧)기업이나 조직에서 조현민스러운 행태들은 차고 넘친다. 다 노출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그 갑질의 오욕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민망함이나 남루함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서 말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뭔지 안다. 쓸쓸하여라. 하지만 이번 조현민 물벼락 사건이 터졌을 때 초기부터 내내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고 쉴드치기 바빴던 대한항공 관계자라는 이들. 누군가. 진짜 그렇게 믿었나. 그 관계자들은 또 음성파일이 공개되자 목소리 주인공이 조 전무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코멘트를 날렸다. 아무리 직장인의 애환 운운해도 듣는 우리가 다 부끄럽다. 고마해라.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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