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 부동산만큼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세금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지만 현실에선 정권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바로 세금이다.
당정이 선거철이란 민감한 시기에 부동산 보유세만 콕 찍은 이면에는 강남 집값을 기필코 끌어내려 90% 이상의 표를 잡겠다는 계산이 깔렸을 게다. 2016년 말 기준 전체 주택 1669만2230채 중 자가 비중 가구는 전국 기준 56.8%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이보다 더 낮은 48.9%다. 보유세의 직접적 타깃이 될 9억원 이상의 주택 비중은 더 낮다. 지난해 공시 대상 공동주택 1242만7559가구 중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9억원 이상 가구는 0.74%(9만2192가구)에 그친다. 물론 이는 실거래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숫자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더라도 9억원 이상 자가 소유 가구는 전체 10% 안팎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결론적으로 '강남 집값' 프레임을 통해 잃을 표 보다는 얻을 표가 더 많다는 계산에 따른 전략인 셈이다. 더욱이 강남은 각종 욕망이 응집된 공간이다. 강남을 재테크와 교육의 수단으로 보며 선망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투기 수요의 온상이자, 시기와 질투의 대상으로 여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강남불패'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가 두드러지면서 강남은 대다수 중산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분노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선거전략으로 이보다 더 활용하기 좋은 소재도 없을 테다.
하지만 진보정권도, 보수정권도 강남 집값을 잡지 못했다. 심지어 강남 집값과 전쟁을 치른 참여정부는 정권의 몰락을 겪어야만 했다.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이번 만큼은 실패하지 않겠다며 돈줄을 죄고 양도세 중과제도, 보유세 개편 등을 통해 세금 부담을 늘리고 있다.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고 대응하는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그 피해는 서민층이 가장 심하게 받는다. 이미 우리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어마어마한 수업료를 치렀다. '강남 집값=적폐'라는 등식에 갇혀 또다시 수업료를 낼 순 없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강남 집값보다 더 시급한 숙제가 있다. 바로 주거복지이다.
이은정 건설부동산부장 mybang21@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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