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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아베가 택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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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안으로는 사학스캔들, 밖으로는 재팬패싱 위기에 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주말 영화관 나들이에 나섰다. 그가 택한 영화는 '윈스턴 처칠, 히틀러에게서 세계를 구한 남자'.

게리 올드만의 열연으로 유명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라는 원제 그대로 지난 1월 개봉했다. 2차 세계대전 하에서 독일 히틀러의 위협에 대응해 덩케르크 철수작전(다이나모 작전)을 이끌기까지 신임총리 처칠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이전부터 처칠의 전기를 읽곤 했다며 이날 진지한 모습으로 영화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아마도 '정치인' 아베는 자신이 처한 위기의 상황을 처칠에 빗대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1940년 5월 전시내각의 수장이 된 처칠은 밖으로는 독일군, 안으로는 반대파에 맞서 가장 외로운 싸움을 치러야했다.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맺자는 유화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 처칠은 고집스럽게 덩케르크 작전을 이끌었다. "불완전하기에 강하고, 확신이 없기에 현명하다"는 영화 속 아내의 대사는 처칠이 최종 결단에 이르기까지 홀로 견뎌야 했던 번민이 얼마나 깊었을 지 짐작케 한다.

배경과 이유는 확연히 다르지만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아베 총리도 최근 고립무원의 상태에 처해 있다. 올 들어 각종 스캔들이 재점화하며 내각 지지율은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고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일본만 소외되면서 그나마 합격점을 받던 외교분야에서조차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안팎으로 정치인 아베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기다.

아베 총리는 이날 어떤 메시지를 얻었을까. "호랑이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어떻게 협상을 하냐"는 처칠의 말로 또 다시 북풍몰이를 통해 반등을 노릴까.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강조한 처칠의 리더십이 때때로 시대적 상황과 관계없이 단면적으로만 해석돼 정치인들의 지지기반 결집 논리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처칠에게서 주목해야 하는 모습은 바로 지도자의 자세다. 영화 속 처칠은 지하철에 올라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파가 아닌 민심을 따라 결단한다.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는 국가를 대하는 올바른 역사의식이 깔려있다. "지도자의 덕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를 아는 것"이라는 처칠의 말은 여기서 출발한다. 전범국가로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눈 감고 있는 아베 총리가 처칠에게서 가장 먼저 배워야할 리더십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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