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유럽에서 100년 안에 기독교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우리나라에도 상당수의 무(無)종교인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는 "통계적으로 종교인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탈 제도화, 탈 형식화된, 새로운 형태의 종교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이(EU)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 21개국의 16~29세 사이 젊은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연구진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가 중 12개국에서 50% 이상의 응답자가 자신이 무종교인이라고 답했다. 조사에서 무종교인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던 나라는 체코(91%)였으며 에스토니아(80%), 스웨덴(75%)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불리번트 교수는 매체를 통해 "종교는 현재 빈사 상태다"라며 "(유럽 사회에서) 기본이자 표준으로서의 기독교는 이미 사라졌거나 적어도 10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종교를 믿거나 그 의식 및 전례에 참가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970~80년대 이후 형성된 포스트모던 문화와 담론, 그리고 상업자본주의 발달로 인한 대안 증가 등으로 굳이 교회와 전례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비중 있는 종교 지도자 중 일부가 도덕적으로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비종교인 증가 추세에)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송 교수는 "종교가 우리 사회의 불의에 대해 보수적이고 현상 유지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 또한 90년대 이후 청소년 세대를 보낸 젊은 세대들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형식적이고 제도화된 종교에 속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것이 신앙생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제도화된 종교에 출석하지는 않지만, 가족적, 개인적인 차원에서 신앙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이를테면 '개인 종교'라고 할 수 있는 탈 제도화, 탈 형식화된 종교의 출현에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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