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아일랜드] 예상했던 견제…북아일랜드, 손흥민만 보고 있었다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견제와 압박은 예상대로였다. 손흥민이 공을 잡자 상대 선수 세 명이 에워쌓았다. 앞으로도 견제는 더 강해질 것이고 월드컵 본선은 더 하다. 이에 대한 대비와 활용을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축구대표팀은 24일 영국 벨파스트 윈저 파크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 했다. 간판 공격수 손흥민은 득점을 비롯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남은 기간 손흥민의 폭발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의 해가 되면서 손흥민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는 높아졌다. 특히 이번 북아일랜드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더 고조됐다. 영연방 국가와 치르는 경기인 탓에,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을 가장 많이 주목했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은 "손흥민에 달렸다"는 분석도 있었다.

기회였다. 북아일랜드와의 경기는 손흥민에 대한 상대의 견제 정도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경기였다. 북아일랜드는 유럽예선 열 경기에서 6실점 밖에 기록하지 않았던, 방패가 강한 팀. 그만큼 상대 에이스를 마크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도 분명 같을 것이 확실하다.

북아일랜드는 손흥민만 보고 있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을 때는 중원까지 내려갔다. 주위에 있던 상대 중앙 미드필더들이 순식간에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뒤로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하면 거칠게 수비했다. 후반 28분에는 손흥민이 공을 컨트롤하자 어깨로 강하게 밀면서 패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상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손흥민이 사이드에서 공을 잡았다가 넘어지는 장면도 많았다.

견제를 잘 활용하면 좋은 득점 찬스도 만들 수 있다. 그런 가능성도 이날 경기에 나왔다. 전반 7분에 권창훈이 선제골을 넣었다. 상대 수비의 주위가 분산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손흥민은 왼쪽에서 공간 침투를 노리고 있었고 북아일랜드 수비진은 이를 견제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반대편에 있던 권창훈을 놓쳤다. 박주호가 로빙패스를 넘겨주고 권창훈이 무인지경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비교적 편안하게 공을 받아 왼발로 슈팅하기까지가 가능했던 배경에 손흥민에 대한 견제가 있었다.

손흥민이 견제를 풀고 패스를 연결하면 또 찬스가 됐다. 후반 8~10분이 그랬다. 손흥민이 오른쪽으로 공을 빼주고 이용이 받아서 낮게 크로스한 공이 이재성의 결정적인 중거리슈팅으로 이어졌다. 후반 10분에는 손흥민이 상대 다리 사이로 공을 빼서 돌파하려다가 파울과 프리킥을 얻어냈다. 압박을 벗어나기 힘들다면 영리한 동작으로 파울을 얻어내는 것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

관중석도 손흥민을 주목했다. 손흥민이 공을 잡자 북아일랜드 홈관중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한 어린 축구팬은 손흥민에게 유니폼을 달라고 하는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있기도 했다. 상대팀이 얼마나 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29분 염기훈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상대의 견제와 압박. 손흥민과 대표팀 모두 월드컵 본선까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