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본격화…美 경제도 타격 불보듯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뉴욕 김은별 특파원] 중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결국 사슬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가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대중(對中) 통상 압박'이자 '무역전쟁 선포'로 평가되는 만큼 당장 양국 교역과 내수는 물론 증시ㆍ환율ㆍ인플레이션 등에까지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2개국(G2) 의존도가 높고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70%대인 한국의 경우 어쩔 수 없이 G2 무역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선포로 미국 역시 경제 타격이 예상된다. WP는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집중했지만, 미국 대기업 중엔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관세 부과가 이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정부 간 무역전쟁에 더 크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가 높은 기업으로 보잉, 스타벅스, 테슬라, 애플, 포드 등 주요 기업과 농업ㆍ금융계를 꼽았다. 제조업 부활과 무역적자 해소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상대국의 무역 보복으로 타격을 받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기업 전반으로 타격이 확산되면 주식시장의 충격도 불가피하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미ㆍ중 무역전쟁이 증시는 물론 달러, 멕시코 페소, 호주 달러 등 수많은 통화의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보복 관세 조치와 함께 미국 국채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 경우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시장도 휘청거릴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으로 1조1700억달러 상당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재정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G2 의존도 높은 韓 경제 직격탄…"중간재 수출부터 타격"= 특히 전문가들은 G2의 무역전쟁 돌입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G2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중국 24.8%(1431억달러), 미국 12.0%(689억달러)에 달한다. 무역 구조상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중간재의 비중도 크다. 지난해 대중 수출 가운데 약 78.9%가 가공무역에 투입되는 중간재로 파악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ㆍ중 통상 갈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전자제품 중간재인 전자직접회로, 트랜지스터 등 반도체 품목과 석유화학 제품, 플라스틱 제품 등을 꼽았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 분업 구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축소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로 한국이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택 강요받는 동맹국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G2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며 주요 무역국들을 대상으로 미국 편에 설 것을 분명히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유럽연합(EU) 등에 관세 부과 유예 등을 제시하면서 중국과의 전면전에 무역 파트너들을 동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식과 채권시장은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는 두려움을 보이고 있다"며 "역사상 아무도 무역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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